사후약방문 재탕은 곤란

이라크전 임박에도 안전불감증 여전

위험지역 취재 철저한 사전준비를





‘내일 분쟁지역으로 떠나라’는 데스크의 말 한마디에 아무런 준비 없이 노트북과 카메라 한 대를 메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분쟁지역으로 떠나는 기자들의 위험천만한 모습이 언제까지 재연될 것인가.

미국의 대 이라크전쟁이 임박한 가운데 위험지역 취재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이라크전에 대비해 종군기자들을 대상으로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까지 시키고 있지만 우리는 기본적인 안전교육은 고사하고 위험지역 취재에 대한 보험가입조차 돼있지 않은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9·11 테러사건 이후 미국의 대 아프카니스탄 전쟁이 발발했을 때도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사전 준비도 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기자들을 차출, 아프카니스탄 주변국가인 파키스탄 등 분쟁지역으로 파견했다. 그러나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최소한의 요건인 보험가입을 비롯해 위험지역 취재에 대한 안전보장이나 지원책은 거의 마련돼있지 않았다. KBS가 유일하게 ‘위험지역 보상지침’을 마련해 놓았을 뿐이다. 이외에는 방송 3사가 부상·사망시 치료와 후송을 담당하는 국제긴급의료지원서비스에 가입함으로써 최소한의 대비책을 마련했고, 신문사 기자들은 이같은 대책도 없이 분쟁지역으로 보내졌다.

그러나 이같은 현실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9·11 테러사건 이후 위험지역 취재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으나 실제 개선된 것은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번에도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기자를 차출하고 아무런 보호장치 없이 분쟁지역으로 내모는 아슬아슬한 장면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아 우려를 사고 있다.

반면 해외언론의 경우는 위험지역 취재에 대한 안전교육 시스템과 보험가입 등 대비책을 마련해놓고 있어 우리와는 커다란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이 이라크전에 대비해 종군기자들을 대상으로 일주일간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을 시킨 것을 비롯해 영국은 안전교육 전문 훈련 기관인 ‘센추리언 리스크 서비스’에서 5일 과정으로 상시적인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95년 설립된 이 기관에서 교육을 받은 언론인은 지난 7년간 모두 8000여명으로 폭격이나 교전, 납치 시 행동 요령, 무기에 대한 지식, 검문에 응하는 방법 등 위험지역 취재 시 필요한 안전수칙을 교육받는다고 한다.

A통신의 경우는 입사와 함께 가입되는 고용보험에 생명수당 관련 항목이나 근무 중 부상·사망에 따른 보상 조항을 명시하고 있다. 또 영국의 경호전문회사와 계약해 분쟁지역에 파견될 기자들이 희망할 경우 2주간 분쟁지역 행동수칙, 대처방안 등에 대해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위험지역 취재에 대비하고 있다.

박미영 기자 [email protected] 박미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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