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봅시다] 언론 민심읽기 변해야 한다

지역주의 탈피, 세대별 접근 등 다양한 시도 필요

‘표밭’ ‘격전지’ ‘승부처’ ‘철옹성’ ‘아성’….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하면서 각 언론들이 ‘판세분석’을 위한 기획기사들을 게재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대선 표밭기류’, ‘이곳이 승부처’, ‘승부처 민심 르뽀’ ‘최대 격전지’ 등 지역 ‘표심’과 관련한 르뽀성 기사들이 대부분이다. 이는 판세분석에서 중요한 민심의 흐름을 읽는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언론이 선거 때마다 실시해온 포맷 가운데 하나지만, 자칫 지역감정을 자극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기도 한다.

실제 이같은 지역 민심 동향 기사들은 지역감정을 자극하고 고착화하는 내용들을 담는 경우가 많다. “한나라당의 철옹성이었던 부산의 경우…”(문화 11.26), “이회창 후보의 아성인 PK지역…”(동아 11.27) 등 특정지역을 특정정당과 특정후보의 ‘텃밭’ 정도로 규정하는 단어들이 주로 쓰이는 것이 단적인 사례다. 또한 노무현 후보의 “부산 대통령”, 이회창 후보의 “충남 예산 말뚝박기” 등 지역연고를 내세우는 발언이나, “부산 사람들이 민주당을 찍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는 한나라당 김영일 선대본부장의 발언(조선 11.28) 등 정치인들의 지역민심을 자극하는 발언이 여과 없이 보도되기도 한다.

이에 대해 현장 기자들은 지역민심을 읽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말한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노무현 후보의 고향인 부산 경남(PK)지역과 JP가 나오지 않은 충청권의 민심이 어디로 가느냐를 파악하는 게 대선의 판세를 읽는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기자들 역시 이같은 보도가 지역감정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하고 있다. 때문에 큰 변수가 없는 영·호남 지역은 피하고 변화가능성 있는 지역을 선택해 변화에 무게를 두고 보도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과거 선거에 비해 지역적인 변수가 상당히 줄어들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역대 선거의 경우 지역적인 변수가 절대적인 우위에 있었다면 이번 선거는 지역적인 변수 뿐 만 아니라 ‘세대’와 ‘이념’이라는 변수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민심을 읽기 위한 언론의 노력도 ‘지역’ 뿐 아니라 ‘세대별 르뽀’나 ‘정책별 반응’ 등 다양하게 시도할 수 있는 것 아닐까. 한 신문사 정치부 기자는 “지역 르뽀만 했을 경우 지역주의에 대한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이번 선거의 변화에 따른 취재 방식의 고민도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미영 기자 [email protected] 박미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