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리영희상에 허영춘 전 군 의문사협 회장

특별상 고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제9회 리영희상 수상자 허영춘 선생. 리영희재단 제공

리영희재단(이사장 김효순)은 제9회 리영희상에 허영춘 전 군의문사협의회 회장, 특별상에 고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리영희상을 수상한 허영춘 선생은 1984년 4월 군 복무 도중 M16 소총 3발을 자신에게 발사해 자살했다고 군 당국이 발표한 고 허원근 일병의 부친이다. 리영희상심사위원회는 “허 선생은 부실하고 비상식적인 조사 결과에 반발해 허 일병의 사망원인을 밝히고자 어려운 싸움을 벌였고, 결국 2017년 국방부가 순직으로 인정하기까지 33년이 걸렸다. 이 과정에서 군 의문사협의회 회장을 맡았던 그는 군 의문사 문제해결을 위해 헌신했고, 검시제도의 개선을 위해서도 투쟁했다”고 선정 사유를 밝혔다.

허영춘 선생은 리영희 재단에 보내온 수상 소감에서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움보다는 아직도 해결하지 못하고 싸우는 어려운 군의문사 가족들이 많은데 나한테 그럴 자격이 있나 하는 생각이 앞섰다. 더불어 괜히 그분들에게 송구스럽다는 마음이 들었다"면서 "되돌아보면 원근이가 떠난 이후 살아온 삶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고 했다.

이어 "서슬 퍼런 전두환 시절이라 군부대를 상대로 그 자리에서 싸우지는 못했지만, 원근이 두 눈을 내 손으로 쓸어내려 감겨주며 다짐했다. '원근아, 나라에서 네가 자살한 게 아니라 타살당했다는 말을 하는 날까지 이 아부지가 끝까지 싸울란다." 영혼이라도 달래놓고 와야겠다는 생각에서 그렇게 다짐했는데 그 약속이 수 십 년간 내 삶이 되고야 말았다"고 했다.

허 선생은 "진실을 찾아서 싸우다 보니 나만 억울한 일 당한 사람은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전두환 정권 시절에 강제 징집 녹화사업 대상자를 포함해 무려 6500여명의 병사가 전방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참혹하게 죽어갔다"며 "'더는 내 아들들 죽이지 마라'는 마음으로 그들의 영혼을 위해서도 힘을 내서 싸웠다. '젊은이들 군대 데려가서 죽이지 마라' '죽였으면 억울한 사건 만들지 마라'. 이 두 가지를 요구하며 그 오랜 세월 싸웠다"고 했다.

리영희상 특별상 수상자 고 김종철 선생. 리영희재단 제공

심사위는 특별상 수상자 고 김종철 선생에 대해선 “1991년 녹색평론을 창간해 생태적 사상을 전파하고 현대 산업사회와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점을 예리하게 비판했다”며 “또 동시대의 문제해결을 위해 참여하고 실천한 비판적 지식인이었다”고 설명했다.

심사위는 “두 분의 수상자가 기존 정치체제가 강요하는 부조리와 비합리의 수용을 거부하고, 존엄한 인간 생명의 가치를 확인하고 존중하는 실천적 행동으로 일관된 삶을 살았다고 판단해 수상자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시상식은 7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퇴계로 뉴스타파함께센터 리영희홀에서 열린다. 시상식에 이어 수상자 허영춘 선생, 정희상 시사IN기자, 박래군 언론재단 사람 이사, 김정현 녹색평론 발행인, 언론인 한승동씨가 참여하는 이야기 마당이 펼쳐진다.

리영희재단은 리 선생의 정신을 오늘의 현장에서 구현하기 위해 애쓴 개인이나 단체를 격려하고 지지하고자 2013년부터 리영희상을 시상하고 있다.

김성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