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노조가 12일 SBS 대주주인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단체협약 복원과 임명동의제 시행을 촉구했다. 사측이 고위임원에 대한 임명동의제 폐지를 요구하며 일방적으로 단체협약을 파기함에 따라 SBS는 이날로 41일째 무단협 상태다.
전국언론노조 SBS본부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태영빌딩 앞에서 '노동탄압 방송장악 TY홀딩스‧윤석민 회장 규탄대회'가 적힌 팻말을 들었다. 같은 시간 태영빌딩 안에선 SBS 창사 31주년 기념식이 열리고 있었다. SBS의 지배구조 개편도 진행됐다. 태영그룹의 지주회사인 TY홀딩스는 이날 임시이사회를 열어 SBS의 최대주주였던 SBS미디어홀딩스를 인수합병하는 안을 최종 의결할 예정이었다.
정형택 전국언론노조 SBS본부장은 기자회견에서 "오늘날 SBS를 누가 만들었겠나. 대주주와 경영진이 아니라 지금도 각자의 자리에서 헌신하고 있을 구성원들이 피땀과 청춘으로 이룬 것"이라며 "그런데 종사자 대표인 노조위원장은 그 자리에 갈 수 없었다. 대주주와 사측이 공정방송이라는,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폭력적인 방식으로 빼앗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대주주의 방송 사유화를 막고 소유‧경영 분리를 위해 이뤄졌던 미디어홀딩스의 간접 지배 방식이 (TY홀딩스 임시주총에서) TY홀딩스의 직접 지배 방식으로 바뀌게 된다"며 "대주주 윤석민 회장은 2008년 미디어 지주회사 설립을 통해 SBS의 방송 독립을 강화하겠다는 말을 스스로 뒤집고 있는데도 구성원에게 어떠한 설명도 없었다. 도리어 대주주의 보도개입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노사가 4년 전 합의했던 임명동의제를 없애겠다고 나섰다"고 했다.
지난 1월 사측은 단협에 명시된 '사장, 보도·편성·시사교양 본부장에 대한 임명동의제' 폐지를 요구한 데 이어 지난 4월엔 단협 해지까지 통고했다. 노사가 유예기간 6개월 동안에도 갈등을 빚으면서 SBS 구성원들의 임금, 인사, 노조활동 등 근로조건을 규정한 단체협약은 지난 3일 효력을 잃었다.
정상보 SBS 영상기자협회 부회장은 "SBS 카메라를 들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시민들에게 공격을 당하던 시절이 있었다. 권력과 자본의 눈치를 볼 때 그랬다"며 "공정방송하겠다고 임명동의제를 만든 이후 SBS 신뢰받은 언론사로 자리매김 했는데, 사측은 이 제도와 단협을 없애 다시 권력과 자본의 눈치를 보겠다고 한다. 영상기자들은 옳은 싸움에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김수형 SBS 기자협회장도 "보도본부 구성원들은 임명동의제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의지를 공유하고 있다. 오늘 기자회견 자리에는 없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묵묵히 함께 하겠다는 의사와 지지를 보내주고 있다"며 "노조와 함께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2017년 임명동의제 도입 당시 SBS 노조위원장이었던 윤창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기자회견에 참석해 "4년 전 제발 (임명동의제 도입에) 합의하자던 사측에 선의로 응한 것이 보복으로 돌아왔다"며 "윤석민 회장이 모든 경영권을 실질적으로 승계한 2019년부터 SBS 미디어그룹 전체의 노사관계는 역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겉으로 드러난 임명동의제 파기뿐 아니라 미디어그룹 지배자들이 언론노동자들의 당연한 권리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명시적 선언이다. 이 싸움이 그저 한 사업장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라며 "지치지 말고 싸워서 우리의 노동조건을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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