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비아그라 보도 신중히 다루길

흥미위주 아니라 오남용최소화에 초점 맞춰야

노정순 한국화이자 홍보부장



지난달 말 언론에 보도된 ‘비아그라 먹은 70대 뇌졸증’ 뉴스의 대부분은 근거 자료의 사실성이 확인되지 않거나 박약한 상태에서 기정사실인 것처럼 표현, 게재된 부분이 있어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저희는 이 건에 대해 과학적인 자료를 근거로 한 의견을 미리 제공했습니다. 그리고 보도가 나기 전날 밤, 저희는 어떤 언론사 간부님께 제목만이라도 조정해 달라고 하소연했습니다. 비아그라는 혈압을 상승시키거나 출혈을 일으키는 작용이 없기 때문에 그 환자가 일으킨 뇌출혈은 비아그라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저희는 그분께 이런 답변을 들었습니다.



“비아그라를 먹었다는 것은 사실이다(이 조차도 미확인). 먹고 나서 성행위 중 뇌졸증이 발생한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시간적인 순서가 맞으므로 ‘비아그라 먹고 뇌졸증’ 일으켰다는 표현은 무리가 없다”고 말입니다. 저희는 제목을 결국 수정하지 못했습니다.



어떤 쟁점의 핵심은 인과관계이지 시간적 선후관계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비아그라 먹고 뇌졸증 일으켜 반신불수가 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반신마비 상태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문구는 잘못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사망’했다는 오보도 있었습니다. 기사에는 담당의사조차 “비아그라가 직접 원인으로 작용하진 않았을 것”이라는 인용이 있는데도 제목에 비아그라 때문에 반신불수됐다는 표현도 있었습니다.



비아그라는 한국에서는 부작용 시비의 영향으로 시판허가가 나지 않은 반면 7월 초 현재 세계 92개국에서 시판허가가 났습니다. 웬만한 경제활동을 하는 나라 모두가 허가했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이날 한 방송사의 9시뉴스는 “많은 국가들이 부작용 때문에 시판허가를 신중히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사망 부작용에 관한 해외소식도 그렇습니다. 미국 FDA 보고서(www.FDA.gov)를 보면, 이 기관에 보고된 130명 사망 사례의 원인 가운데 이 약과 직접적 관련이 있다고 밝혀진 것이 단 1건도 확인된 바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미국 FDA는 설명대로 사용하면 이 약은 안전하다고 믿는데 변함이 없다고 확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아직도 사설 등에는 ‘사망자가 500여 명에 달한다’고 부풀려지고 있습니다. 이같은 보고가 약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라면 미국 FDA 등 각국보건당국이방관하고 있겠습니까?



비아그라는 또한 정력제, 최음제인 것처럼 왜곡되고 있습니다.



비아그라를 먹고 성폭행한다는 식의 이야기가 그 전형입니다. 비아그라는 성욕증강 작용이 없으며 먹기만 하면 의지와 관계없이 발기가 되는 약이 아니고 반드시 성적 자극을 느껴야만 약효가 나는 자연스러운 치료제입니다. 그래서 획기적인 신약이라는 평판을 듣습니다. 지난 7월초 WHO가 후원하는 세계 발기부전 회의에서는 전세계 600여 명의 비뇨기과 의사들이 발기부전의 1차 치료제로 추천하기도 했습니다.



국내에는 200만 명의 발기부전 환자가 당뇨, 척수손상, 전립선 질환 등으로 인해 이 병을 얻고도 죄인인 양 말도 못하고 고민합니다.



이제는 더 많은 환자가 이 세기적 신약의 혜택을 받되, 그 오남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어떻게 안전하게 사용하도록 할 것인가를 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정보에 기초하여 비아그라에 관한 정확하고 공정한 보도를 해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노정순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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