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기자들 "못해먹겠다"

[저널리즘 타임머신] (78) 기자협회보 2000년 8월 17일자

기자협회보는 올해 기자협회 창립 57주년을 맞아 3주에 걸쳐 특집호를 내고 있다. 지난 11일 발행한 첫 번째 특집호는 기자라는 ‘업’에 대한 현직 기자들의 고민을 담았다. 급변한 언론 환경에 잃어버린 자부심과 낮아진 자존감, 잇따르는 퇴사와 이직, 저널리즘을 고민하는 것 자체가 사치…. 자조적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20년 전인 2000년, 창립 36주년 특집호도 기자들의 자화상을 그렸다. 당시 10여년차 기자 3명이 인터뷰에 참여했다. 이들은 기사에 대한 반향이 있을 때 기자로 사는 보람을 느낀다면서도 거의 매일 “못해먹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기자들이 능력이 아닌 조직 내부의 정치논리로 평가받을 때, 회사 이해에 따라 기사 가치가 판단될 때, 연차가 쌓일수록 자기검열이 강해지는 선배들을 볼 때 그렇게 느꼈다.


허리연차였던 이들에겐 신세대 후배들도 마땅찮게 보였다. 1990년대 중반부터 신입기자 문화가 달라졌다면서 부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후배들은 선배들보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는 많지만 집요함이 없어 보인다”, “대체로 전체를 배려하기보다 개인의 감정을 앞세우는 것 같다”, “어학이나 컴퓨터 같은 기능적인 면은 뛰어나지만 따뜻한 가슴은 부족해 보인다” 등. 이런 불만을 들었던 신세대 후배들이 시간이 흘러 지금은 부장, 국장급이 돼 있다.


그때도 지금도 존재하는 세대 차이처럼 어느 세대나 기자들은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 하루하루 앞만 보며 살다보면 자의로 또는 타의로, 초심을 잃는 순간이 있다. 기자로 사는 의미를 잃지 않으려면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기자사회와 언론계 전체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20년 전 기자들이 내린 결론이다.


“기자들이 틀에 박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뒤집어 보고 기성 가치를 깨볼 줄도 알아야 하는데 나부터도 현상유지에 급급한 느낌입니다.”


“기자라는 직업 자체가 공동의 선을 찾으려는 직업 아닌가요. 언론계 내부의 변화에 대해서도 손가락질만 할 게 아니라 바람직한 길을 모색할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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