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입법 관심이나 있었나

법안 내용·처리 과정 외면… 뒤늦게 정치권에 '화살'

개혁입법 처리가 무산되자 언론은 일제히 정치권을 향해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대선에만 정신이 팔려 민생은 뒷전이고, 당리당략에 따라 정치개혁은 물거품이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언론의 이같은 호통이 뒤늦은 채찍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언론 역시 정치인들의 행보와 대선 판세를 읽는데 주력하느라 개혁법안엔 관심을 갖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론은 지난 14일 정치개혁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하고 무산되자 ‘국회 개혁입법 끝내 외면’(대한매일), ‘최악의 정기국회…빅4 인사청문회 선거법 등 결국 물거품’(동아), ‘당리급급…정치개혁 공염불’(세계) 등 “정치권이 당리당략에 매달려 정치개혁법에 관한 협상을 제대로 진행시키지 못했다”며 ‘최악의 정기국회’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나 이들 언론 역시 그동안 개혁법안 관련 내용이나 처리과정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등 법개정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기국회가 시작된 지난 9월 2일부터 11월 15일까지 KINDS를 통해 검색한 결과, 10개 중앙일간지의 ‘정치개혁법’ 관련 기사는 모두 54건에 불과했다. 이 또한 정치권이 여론에 떠밀려 정치개혁특위를 구성하고 법안 처리를 논의하기 시작한 11월 이후에 나온 기사들이 대부분이었다. 같은 기간 ‘개혁입법’으로 검색한 결과 역시 모두 73건이었으며, 이중 57건이 11월 이후에 나온 기사들이었다. 10월에는 9건, 9월에는 겨우 7건만 게재돼 10개 일간지가 개혁입법 관련 기사를 한 달에 평균 1건도 채 싣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치개혁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후 두 달여가 지나도록 정치권이 이를 논의할 정치개혁특위조차 구성하지 않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외면했음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실제 지난 9월 2일 정기국회가 시작된 이후 언론은 개혁 입법의 핵심 내용인 선거법과 정치자금법 등 정치관계법을 비롯해 대통령 친인척 비리조사와 부패방지위 강화를 골자로 한 부패방지법, 국정원장 검찰총장 등 빅 4의 인사청문회법, 대통령 당선자의 총리지명제를 신설한 국회법 개정안 등 개혁법안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더욱이 이같은 법안이 국회 내에서 어떻게 논의되고 있으며, 각 당의 입장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도 충분한 보도를 하지 않음으로써 국민들의 여론을 이끌어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개혁입법 가운데유일하게 통과된 의문사진상규명특별법의 경우 민감한 사안이었던 만큼 언론에서 비교적 여러 번 다루며 법개정을 촉구했던 사안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박미영 기자 [email protected] 박미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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