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언론사가 대선을 앞두고 수 차례에 걸쳐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나 대부분 후보들에 대한 지지율 순위에만 치중하고 있어 오히려 정책 선거를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각 후보들이 내건 각종 공약에 대한 유권자의 반응을 듣고 검증하기보다 승패중심의 지지율 조사로 유권자들의 판단 기준을 당락 여부에만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본보 조사 결과 지난 7월부터 11월 현재까지 10개 중앙일간지가 대선과 관련 자체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는 모두 41회로 평균 한 달에 한번 꼴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지지율 중심의 조사는 모두 32회로 78%를 차지해 언론사의 대선 관련 여론조사 대부분이 지지율 중심의 조사로 드러났다.
각 언론사들은 대체로 매월 정기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면서 연령별, 지역별 지지후보를 분석하는데 상당한 공을 들인 반면, 후보들의 정책이나 현안에 대한 조사는 제대로 실시하지 않았다.
현안 관련 질문에서도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간의 후보단일화 가능성 또는 이에 대한 찬반 여부를 묻는 질문이 대부분을 차지해 각 언론사가 후보들의 당락 여부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드러냈다.
정책 및 현안 관련조사는 중앙일보가 지난 9월 19일 창간 37주년 특집으로 지지율 조사와 함께 정치·경제·사회·남북관계 등 전반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것이나 한겨레가 10월 22일자에 유권자 의식조사를 보도한 것 정도가 눈에 띄었을 뿐이다. 이외 대부분은 지지율 조사와 함께 현안 관련 질문을 한 두 가지 추가하는 정도에 그쳤다.
특히 이같은 지지율 중심의 여론조사 보도는 ‘1강 2중구도 굳어지나’(세계 11월 5일), ‘충청 표심 변하나/최근 여론조사서 뚜렷’(한국 11월 2일), ‘노―정 2위 다툼 호남 표심이 관건’(국민 11월 1일) 등 1강 2중 구도로 몰아가는 보도나 지역 감정을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그동안 선거보도의 폐해로 지적된 경마식 보도와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보도태도를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유재천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후보 지지율 조사는 경마식 보도의 한 유형으로 흥미는 있을 수 있으나 여론을 호도할 가능성도 있다”며 “지지율 조사 뿐 아니라 각 후보들의 정책에 대한 국민의 여론을 함께 조사함으로써 유권자들의 선택에 도움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박미영 기자
[email protected]
박미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