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충실” “당일 점수 보도 자제” 반성
수능 보도가 ‘대형 오보’로 판명 나자 교육부 출입기자들 사이에선 “수능 바로 다음날 평균 점수를 예측해서 보도하는 것을 지양하자”며 이를 교육부 기자단 보도강령에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올해부터 실시된 평가원의 가채점 결과가 수능시험 다음날 발표되는 만큼 하루를 기다려 정확한 보도를 하자는 취지에서다. 이는 이번 대형 오보로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엄청난 혼란을 가져다 준데 대한 ‘책임의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여현호 한겨레 민권사회1부 기자는 지난 8일 ‘취재파일-수능점수 예측 오보 반성’을 통해 “한겨레를 포함한 거의 모든 신문·방송이 ‘오보’를 한 것이 사실”이라며 “무엇보다 언론이 점쟁이처럼 점수를 미리 맞추겠다고 덤빈 것이 잘못이다. 이를 반성한다”고 밝혔다.
사설입시학원들의 분석 결과에 의존해 현장 취재의 중요성을 간과한 것에 대한 반성도 이어졌다. 최장원 조선일보 차장은 지난 12일 데스크 칼럼을 통해 “수능 당일 밤 학원들이 제공한 ‘예쁘게 가공된’ 정보에 안주하지 않았더라면, 교육현장의 교사들과 수험생들을 상대로 확인하는 취재의 기본을 지켰더라면, 최소한 아까운 젊음을 죽음으로까지 몰아넣은 오보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기자들은 오랫동안 입시학원 관계자들이 전해주는 정보에 순치돼 왔고, 그들의 오류 가능성은 무시됐다”고 밝혔다.
이는 문화일보가 사설입시학원에 의존하지 않고 현장취재를 통해 독자적인 보도를 함으로써 유일하게 오보를 피해간 것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박상주 문화일보 사회부 차장은 “조간 신문들이 일제히 점수가 올랐다고 보도한 다음날에도 20여 개 일선 고교를 취재해 작년수준이거나 소폭 하락했다고 보도했다”며 “내부적으로 부담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현장 취재 결과가 가장 정확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자들은 예측보도에 대한 위험부담을 알면서도 현실적으로 어쩔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시험 출제 경향이나 난이도, 점수 등락 폭에 대한 관심이 크기 때문에 독자의 정보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향에서 취재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수능이 끝나기 전에 마감을 해야 하기 때문에 사교육기관에 대한 의존도를 키울 수밖에 없었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도기자들은 이같은 수능 보도관행이 바뀌어야 한다는 데는 대체로 공감했다. 한 신문사 교육부 출입기자는 “이제 대학에서 영역별로 학생을 뽑기 때문에 10∼20점 오르거나 내려갔다는 총점이 의미가 없어졌다. 이는 실제 대학 진학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언론의 보도관행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몇 년째 수능을 취재한 다른 기자도 “이번 뿐 아니라 지난해에도 20점 정도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보도와는 달리 60점 가까이 하락했었다. 결국 보도관행이 바뀌지 않는 한 수능 오보는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경향, 중앙, 한국은 이번 수능 오보와 관련 각각 사과문을 게재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 신문은 8일자 1면에 “교육과정평가원의 출제방침과 유명 입시전문기관들의 분석·전망을 토대로 보도한 내용이 상당부분 빗나가게 됐다”며 “독자 여러분께 큰 혼란을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조선, 한겨레는 기자칼럼을 통해 오보에 대해 사과했다.
박미영 기자
[email protected]
박미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