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방문한 파이스 미 국방차관이 지난 7일 기자회견을 하며 동아, 조선, 중앙, SBS, 연합 등 5개 언론사만 선별해 물의를 빚고 있다. 특히 이날 회견 내용이 ‘제네바 기본합의문 파기에도 불구하고 계속 진행되고 있는 남북 교류에 대한 불만을 나타낸 것’이어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언론사만 지목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파이스 차관은 이날 “국제적인 협약을 깬 국가는 처벌을 받는다는 것을 인식시켜야 한다”며 “중유공급 중단문제도 검토 중”이라고 밝히는 등 대북 강경 발언을 하며 국내 5개 언론사에만 취재를 허용한 한편 다른 언론사 기자들의 취재는 제한했다. 그러나 외신 기자들의 경우 당초 3개 언론사만 선정했었다는 한미연합사 측의 주장과는 달리 6개 언론사가 회견에 참석하는 등 사실상 취재제한을 받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날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국방부 출입기자가 외유중인 사실을 감안, 신동아와 월간조선 기자를 불렀다는 점에서 의도적으로 언론사를 선별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국방부를 출입하는 신문사 기자 13명은 지난 2일부터 8일까지 보잉사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중이었으며, 중앙일보 기자의 경우 국방부 출입기자가 2명이어서 이날 회견에 참석했다.
한미연합사 김영규 공보담당은 “미 국방부에서 동아, 조선, 중앙, SBS, 연합 등 국내 5개 언론사와 외신 3개 사를 지정해서 이메일을 보내왔기 때문에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는지는 알 수 없다”며 “신문은 연합의 기사를 제공받도록 했고, 방송은 SBS에 화면을 풀하도록 협조를 구했다. 보도하는데는 무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취재를 제한 받은 일부 기자들은 “풀(Pool)사는 기자들이 편의를 위해 짜는 것이지 취재원이 일방적으로 정하는 경우는 없다”며 한미연합사 측에 항의하는 한편 관련보도를 내보냈다. MBC는 7일 뉴스데스크에서 ‘미 국방차관, 입맛대로 회견’이라는 제목으로 “부시 정권의 일방 통행이 이제는 남의 나라 언론마저 간접 통제하는 데까지 이르렀다”고 비판했으며, CBS는 “파이스 미 국방차관이 이 시점에서 한국을 방문해 보수 성향 몇 개 언론사만 일방적으로 불러놓고 이런 발언을 한 것은 다분히 의도적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반면 조선일보가 이날 회견 내용을 8일자(가판) 1면 머릿기사로 ‘미 “북 개성공단 착공 반대”/ 파이스 국방차관 “중유공급 중단검토”’라는 제목으로 보도하는 등 이날 회견에 참석한 상당수 언론은 미국의 강경 입장을 그대로 대변하는 보도태도를 보였다. 나머지 언론사도 연합과 SBS의 기사를 받아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이와 관련 전국언론노조(위원장 김용백)는 지난 11일 성명을 내고 “회견장에도 못 들어간 대부분의 언론이 타사의 자료를 받아 미 차관의 발언내용을 옮겨 적는데 급급했다”며 “이번 기자회견의 부당한 취재제한과 내정간섭 수준의 발언을 전 국민에게 올바로 전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미영 기자
[email protected]
박미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