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지망생 쥐어짜는 '채용 연계형 인턴'

[길게는 두 달, 채용 전환율마저 낮아]
각 사들, 다각도로 평가한다는 취지
언시생들 "그렇다해도 너무 가혹해"

최근 신입 채용 공고를 낸 주요 언론사들이 연달아 ‘채용연계형 인턴제’를 도입했다. 언론사 입장에선 보다 긴 시간을 들여 다각도로 평가하겠다는 취지인데 언론사 지망생들은 낮은 채용 전환율과 최장 두 달에 이르는 인턴기간이 가혹하다는 반응이다.


중앙일보·JTBC는 지난 6일 신입사원 공개채용 서류 접수를 마감했다. 서류 심사에 이은 채용 절차는 필기전형(온라인)-역량평가-8주간 풀타임 인턴십-임원면접이다. 2017~2019년 채용 땐 2주간 현장평가를 진행했다. 올해는 현장평가를 인턴십으로 변경해 이 기간을 2달로 늘렸다. 중앙그룹 관계자는 “8주의 인턴십 평가는 우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검증의 시간”이라며 “취업준비생 입장에서도 충분히 근무하면서 회사가 자신에게 맞는지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경제신문도 채용형 인턴기자를 뽑고 있다. 서류-필기-면접 통과자는 이달 27일부터 5주간 인턴기자로 활동한다. 한국경제는 “자질과 성과가 뛰어난 인턴기자는 소정의 절차를 거쳐 수습기자로 채용할 예정”이라고 안내했다. 한국일보 역시 같은 제도를 도입했다. 지원자는 서류-필기-온라인 적성검사-기획안·실무 평가를 포함한 1차 면접을 통과하면 6월 말부터 4주간 인턴기자로 일한다. 이후 8월 예정인 최종면접에서 합격해야 수습(견습)이 될 수 있다.


한국일보는 “지원자 역량을 다각도로 검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며 “지원자 또한 직무 체험 기회를 얻음과 동시에 본인이 몸담게 될 회사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활동비 200만원과 취재지원비 30만원을 지급한다고도 공지했다.


준비생들은 이들 언론사가 채용형 인턴 방식으로 부여하는 ‘직무 체험 기회’가 부담스럽다. 주요 언론사 입사는 ‘고시’로 불릴 만큼 어려운 데다 채용 규모도 작다. 언론사마다 매년 신입을 뽑는 것도 아니다. 좁은 취업문을 뚫으려면 기회 하나하나가 절실한데 1~2달간 인턴을 하다보면 다른 언론사 채용을 놓칠 수 있고, 그에 따른 타격이 크다는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채용만 봐도 중앙과 한국의 인턴십 기간이 겹친다. 당초 필기시험까지 같은 날이었다. 비판이 나오자 중앙보다 공고를 늦게 낸 한국일보가 “지원예정자분들에 대해 세심한 배려가 부족했다”며 필기시험일을 변경했다. 채용 예정 인원의 2~2.5배수 가량을 인턴으로 뽑겠다는 한국일보 공지에도 준비생들은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다. 4주간 활동한 인턴 5명 중 2~3명이 탈락하는 비율이다.


준비생 A씨는 “채용형 인턴제 취지가 틀린 말은 아니지만 지원자 입장에선 현실적으로 다른 곳에 지원할 수 없어 타격이 크다. 충성심을 보기 위해 기회를 뺏는 것 같다”며 “보통 인턴 경험은 스펙이 되지만 채용형은 채용과정에서 탈락했다는 인식 때문에 자기소개서에 쓰기 어렵다”고 말했다. 채용형 인턴 경험이 있는 B씨는 “채용문이 좁아지는 상황에서 이 제도는 가혹하다. 다른 친구들도 그 잔인한 걸 또 해야 한다는 데 절망하고 있다”며 “저희가 원하는 건 인턴 활동비가 아니라 많은 기회다. 이런 방식이 굳어질까 두렵다”고 말했다.


송상근 이화여대 저널리즘교육원 특임교수는 “채용형 인턴제 자체는 찬성”이지만 “제도를 보완해 수험생들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교수는 서류전형 문항과 내용을 확대해 변별력을 높이고 실무중심의 필기시험 도입, 인턴에 1.2배수 이하 배치, 최장 2주 활동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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