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이슈 주목하는 지역 언론… 전담 데스크·기자 배치, 자체 성범죄 보도준칙까지

부산일보·국제신문, 젠더이슈 주목

지역 언론에서도 젠더 문제가 중요한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부산 지역 일간지인 부산일보와 국제신문에선 젠더 데스크나 담당 기자 제도를 도입하고 자체 성범죄 보도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 젠더 이슈와 관련해 진일보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전임 부산시장이 성추행으로 중도 사퇴한 사건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부산일보는 지난해 11월 지역 언론으론 최초로 젠더 데스크 직을 신설했다. 편집국장 선거 과정에서 여기자회가 각 후보자에게 젠더 데스크 도입을 요구하고 약속을 받아낸 결과다. 부산일보 여기자회는 몇 년 전부터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젠더 관련 교육에 참여하고 자체 스터디 등을 진행하며 젠더 전담 조직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윤여진 전 부산일보 여기자회장은 “회사와 편집국 전체가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부산일보는 여성 기자들이 12% 정도밖에 안 돼서 여성이 20~30%인 조직에 비해 힘이 드는 건 사실이지만, 꾸준히 목소리를 낸 결과 기회가 주어졌고 그래서 힘을 많이 얻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신문은 지난해 9월 자체 성범죄 보도준칙을 만든 데 이어 11월부턴 젠더 담당 기자를 두고 있다. 보건·환경을 담당하는 기자에게 ‘젠더 담당’ 역할을 추가한 것이다. 오상준 국제신문 편집국장은 “오거돈 전 시장 사건 이후 이런(젠더) 부분이 사회 쟁점이 되면서 강화하라는 회사의 방침이 있었고, 보건사회 담당 기자가 젠더나 성 평등 문제에 대해 보충해서 취재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현실적인 여건상 젠더 이슈만 ‘전담’하진 못하지만, ‘젠더 담당’ 기자가 별도로 있다는 것만으로도 안팎에서 주목하는 효과는 크다.


젠더 기자라고 해서 여성 문제에만 관심이 있는 건 아니다. 부산일보 초대 젠더 데스크인 김효정 라이프부장은 “여성뿐 아니라 남녀에 대한 사회적 편견, 장애인, 성 소수자, 외국인 여성과 외국인 노동자 등 소수자 문제에도 관심을 많이 두고 있다”고 말했다. 기사나 지면을 볼 때도 여성만이 아니라 인권적인 면에 신경을 쓴다. 김 부장은 매일 신문 1면부터 마지막 면까지 모든 면을 미리 보고 기사의 방향과 기사에 쓰이는 단어, 제목까지 모두 검토한 뒤 문제가 있으면 지적해서 바꾸거나 새로 쓰게 한다. 정해진 제작 시간과 마감이 촉박한 상황에서 지적과 동시에 대안까지 내놓기란 쉽지 않다. 종종 “미움받을 용기”로 무장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젠더적 관점에서 보면 “지금까지 해왔던 모든 걸 의심”해야 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김 부장은 “항의가 100% 안 받아들여질 때도, 80% 정도밖에 못 고치는 때도 있지만, 그래도 우리가 조금은 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젠더 데스크라는 또 하나의 ‘간섭’하는 역할이 생긴 것이 기자들에게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시대에 (젠더 데스크는) 모든 조직에 꼭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권 신장 개념이 아니라 우리가 조화롭게 살기 위해서도 필요하다”면서 “그리고 인권과도 맞닿아 있는 문제여서 사회 이슈를 돌아보고 사람들에게 전하는 언론 본연의 기능과도 연결되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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