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수재의연금 창구 단일화 해야

사세과시용 실적 경쟁 이웃돕기 미덕 해쳐

손정태(전북 CBS 보도국)

제 7호 태풍 올가의 영향으로 경기도를 비롯해 전국에 많은 인명피해와 재산피해가 났다. 이로 인해 수해를 당한 수재민들은 그야말로 망연자실하며 넋을 잃은 모습이다.



다행스럽게도 이들에게 한 가닥 희망을 주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게 있다. 바로 우리의 전통 유교 사상에서 비롯된 각계각층의 수재의연금 지원이 그 것이다. 어린 초등학생부터 각 기관과 경제인들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한마음 한뜻이 된 모습이다.



그런데 이렇게 아름답고 정이 담긴 수재의연금 모금 방법은 그야말로 복잡하다. 행정절차만도 이중삼중으로 까다롭다. 여기에다 지역에서 말 깨나 한다는 일부 양반네들의 선심과 과시 또는 자신의 건재한 얼굴을 언론에 알려서 자칫 차제의 선거운동까지 겸하고 있다는데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수재의연금 모금의 주된 방법이 각 방송사나 신문 등 언론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각 언론사마다 단 한푼이라도 더 많은 모금실적으로 올리려고 직원들을 동원해 행정이나 경제인 그리고 정치인들을 상대로 자기회사에 내도록 앞다퉈 경쟁을 하고 있다.



과연 이 같은 경쟁이 수재민들을 돕겠다는 아름다운 미덕에서 나온 것일까. 물론 근본 취지는 그렇겠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차제에 모금액 결과를 놓고 자신들의 사세를 과시하기 위한 그릇된 발상도 깔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왜냐하면 현재 도청을 비롯해 일선 시군은 물론 경제인들이나 정치인들 대부분이 수재의연금을 지역의 언론사별로 동등하게 나눠 내고있기 때문이다. 어느 언론사에 낸들 결국은 한군데로 모아져서 수재민들에게 돌아갈 것인데 왜 그렇게 복잡하게 일률적으로 나눠서 내는가. 행정 절차만 복잡하고 이를 관리하는 언론사도 많은 인력 소모와 복잡함은 마찬가지다.



이렇게 된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1) 우선 앞에서 말한 대로 각 언론사마다 경쟁을 하고 있으니 한군데만 낼 경우 나머지 언론사들로부터 미움을 받기에 족하기 때문. 실제로 3년 전에 한 지방의원이 모 언론사에 10만원의 수재민 돕기 성금을 냈다가 나머지 언론사로부터 핀잔을 듣는 등 난처한 상황을 겪은 뒤 아예 참여를 안한다고 한다.



2)지역에서 말 깨나 한다는 잘 나가는 일부 인사들과 일부 정치인들도 문제다. 수재의연금을 내는 데 언론사별로 일일이 찾아다니며 얼굴을 내는 등그야말로자체의 선거운동을 방불케 한다. 실제로 몇 일 전 지역 신문들을 보면 1면에 똑같은 얼굴과 똑같은 금액이 지면을 채웠다. 물론 수재민을 돕는데 이렇게라도 하지 않은 사람들보다는 그래도 칭찬 받아 마땅할 일이지만.



따라서 나는 수재의연금의 당초 취지를 살리고 수재민들을 위한 신속한 행정 처리를 위해서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자 한다.



A)수재의연금 모금 통장을 각 은행별로 일원화시켜서 언론이 통장번호를 알려주는 '홍보' 역할에 주력하는 것이다. 시군 행정 등 각급 기관이나 경제인 또는 정치인들이 언론사별로 나눠서 내거나 일일이 찾아다니며 얼굴 알리는 구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언론사별 모금액이 나오지 않아 경쟁이 줄어들게 되고 수재의연금을 지원하는 행정이나 정치인들이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B) 수재의연금을 지원하는 사람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각 언론사 총무국이나 일선 행정기관 총무 부서에서 의연금 모금 창구를 마련해서 받은 뒤 즉시 공동 모금 통장에 입금시키도록 하자.



C)수재의연금 지원자들의 갸륵한 뜻을 홍보하는 데 신문과 방송사가 격일로 나눠서 하도록 홍보 창구도 단일화하자.



D)언론사별 ARS 수재의연금 모금 번호도 공동으로 여러 개를 정해준다.



끝으로 실의에 빠져있는 수재민들의 용기와 희망을 주는 수재 의연금 모금 자체를 자신의 얼굴을 알리는 데 주력하기보다는 아름다운 미덕으로 승화시켜 나갔으면 한다. 손정태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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