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발목잡기' 두 달째… 방심위·진흥회 인선 제자리걸음

디지털성범죄·허위정보 등 안건 6만5000개 대기… "국민 볼모로 잡나"

방송·통신 내용 심의를 담당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5기 위원단과 연합뉴스 최대주주인 뉴스통신진흥회 6기 이사진 구성이 두 달 가까이 지연되고 있다. 장기화하는 업무 공백에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매번 반복되는 인선 논란에 인사권을 쥔 정치권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5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와 6기 뉴스통신진흥회(이하 진흥회) 구성이 두 달 가까이 지연되고 있다. 방심위원·진흥회 이사 추천권을 가진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이 자리를 정치적 잣대로 판단하며 인사 추천을 미루고 있어서다. 장기화하는 업무 공백에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매번 반복되는 인선 논란과 늦장 출범에 정치권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방심위가 수행하는 방송·통신 내용 심의는 4기 방심위가 임기를 마친 지난 1월29일 이후 중단된 상태다. 지난달 10일 민경중 방심위 사무총장은 국회에 편지를 보내 “4기 임기 종료 후 열흘 남짓한 지금 심의를 기다리는 누적 안건은 방송 89건, 디지털성범죄정보 448건, 불법·유해정보 5728건”이라며 조속한 위원회 구성을 요청했지만, 50일이 다 돼가는 현재까지도 새 위원회가 출범하지 못했다. 공백이 길어지는 사이 방심위원들이 심의해야 할 안건은 쌓이고 있다. 방심위에 따르면 이달 16일 기준 방송·통신 전체 분야의 심의 처리 대기 안건 수는 6만5000여건에 달한다.


방심위는 공적기능을 하는 민간독립기구지만 위원 구성은 정치권 추천과 대통령의 위촉으로 이뤄진다. 방심위원은 총 9명으로, 대통령이 3명, 국회의장이 교섭단체와 협의해 3명, 소관 상임위원회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3명(여1·야2)씩 추천한다. 정부여당 6 대 야당 3 구조로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방심위 대통령 추천 위원장 후보에 정연주 거론되자, 국민의힘서 반발

현재 5기 위원으로 공식 추천된 인사는 9명 중 2명에 불과하다. 여당(더불어민주당) 몫의 정민영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와 윤성옥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다.* 대통령, 국회의장, 야당(국민의힘) 추천 인사들은 내정설만 돌고 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이 추천하는 방심위원장에 정연주 전 KBS 사장이 거론되자 이에 반발하며 야당 몫 추천권을 행사하지 않고 있다.

 

최종선 전국언론노조 방심위지부장은 “방심위원 인선이 미뤄지는 건 정치인들이 이 자리를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정치적인 이유로 국민을 볼모로 잡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특히 디지털 성범죄나 허위조작정보는 시의성이 중요한 안건이어서 심의기능 중단 기간이 길어질수록 국민적 피해가 커진다”고 말했다. 방심위 내부에선 향후 업무 공백을 막기 위해 추천 권한을 제때 행사할 수 있도록 기한을 설정하거나, 다음 기수가 구성될 때까지 전임 위원의 임기를 연장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연합뉴스 최대주주인 진흥회의 경우 뉴스통신진흥법 규정에 따라 임기가 만료되면 후임이 선임될 때까지 직무를 수행한다. 그러나 새 진흥회가 출범하자마자 연합뉴스 신임 사장을 추천해야 하는 일정상 6기 진흥회가 꾸려질 때까지 사실상 업무 공백이 빚어진다고 볼 수 있다.

진흥회 정부 몫 이사로 정치인 출신 거론되며 논란 이어져

5기 진흥회 임기는 이미 지난달 7일 만료됐으나 차기 이사진이 언제 들어설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회의장, 여당, 신문협회, 방송협회는 이사 후보(각 1명) 추천을 마쳤지만 정부(2명)와 야당(1명)은 공식 발표를 미루고 있다. 특히 정부 몫 이사로 노무현 정부와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홍보수석, 언론비서관을 지낸 정치인 출신 인사들이 잇따라 거론돼 논란이 일었다. 연합뉴스 노조는 지난달 26일 성명에서 “특정 진영의 정치 논리와 이념으로 무장한 정치인을 내려 보내는 것은(…)촛불 혁명의 뜻에 역행하는 처사”라며 반발했다.

 

진흥회 출범이 늦어지면서 사장 선임까지 지체된 연합뉴스 내부는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당장 이달 27일 현 사장의 임기 종료를 앞두고 직간접적으로 10여명이 사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박성민 전국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장은 “사실상 경영 공백 상태라 장기 계획을 세우기 어렵고 사장 선임 시기에 내부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업무도 활력 있게 돌아가지 않는다”며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 공적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진흥회 인선부터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방심위와 진흥회 인선을 둘러싼 논란과 지각 출범은 매번 반복되는 문제다. 추천권을 쥔 정치권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이들 자리를 좌지우지하려 했기 때문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3기 방심위는 1달, 4기 방심위는 무려 7달이나 늦게 꾸려졌다. 진흥회 역시 2005년 1기 출범 이후 단 한 차례도 제때 구성된 적이 없었다. 2~5기 동안 각각 40일, 19일, 7일, 43일 지연됐다. 16일 기준 38일째인 현 상황에서 이번 6기가 지각 일수를 갱신할 가능성이 크다. 최종선 방심위지부장은 “정치적 독립성이 중요한 기구지만 근본적으로 정치권에서 위원을 추천하는 구조적 문제가 크다”며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한 전문가들로 구성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달아 기자 [email protected]

 

 

*기사 내용 수정(2021년 3월17일)
16일 보도된 기사 초안에는 전국언론노조가 지난 15일 발표한 성명을 인용해 ‘윤성옥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 비상임 이사를 맡고 있어 ‘방송·통신 관련 사업에 종사하거나 위원 임명 전 3년 이내에 종사하였던 사람’은 심의위원이 될 수 없다는 규정에 위배되는 인사로 지적받는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으나, 윤 교수를 추천한 국회 과방위 더불어민주당 쪽에서 17일 “언론노조가 코바코 비상임이사인 사람은 방심위원 결격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법리를 오해한 결과”라고 알려와 기사 중 해당 내용을 삭제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방통위설치법 제19조제2항에 따른 시행령 제4조제1항에 의해 (방심위원 결격 사유는) ‘방송사업, 중계유선방송사업, 음악유선방송사업, 전광판방송사업, 전송망사업’에 종사한 것으로 한정돼 있다. 따라서 직접 광고사업을 하지 않는 코바코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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