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6회 이달의 기자상 / 수상소감 [사진보도]
문화일보/고통 받는 동해물개, 보신용 야생동물 남획 사라지길..
김연수(사진부 기자)
지난 5월 초 상처 난 물개가 고향인 캄차카로 가지 못하고 고성군 현내면 민통선 모래사장에 나타난다는 소식을 자연보존협의회 고성지부로부터 전해듣고 동물구조관리협회 장 전무와 무척 고민을 많이 했다. 지난해 물개구조에 실패한 망령이 살아났기 때문이다. 6월 초 현장을 다녀온 장 전무는 물개구조의 긴박함을 역설했다.
대진항의 대부분의 어부들이 물개가 이 해안가에 나타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민통선만 아니면 해구신용으로 이미 포획됐을 거라고 귀띔해 줬다. 매년 암암리에 이 지역에서만 50여 마리가 해구신용으로 밀렵돼 서울의 졸부들 입으로 사라진다는 충격적인 제보도 뒤따랐다.
한반도 동식물살리기 캠페인과 기획시리즈를 하고 있는 나로서는 이를 이슈화할 필요가 있었다. 환경부 지정 법정보호동물인 물개가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상처로 낙오돼 근근히 생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과 이를 구조하려는 인간의 노력이 신문과 방송으로 보도된다면, 이 지역 밀렵꾼은 물론 일반국민들이 물개의 중요성을 깨닫고 나아가 보신용 야생동물의 밀거래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멀리 네덜란드에서도 원정군이 왔다. 해양동물구조 전문가인 안드레 씨가 지구를 반 바퀴 돌아 구조단과 합류했다. 6월 28일 8시 구조단은 어선을 타고 출몰지역으로 첫 출동했다. 나는 석간신문 초판에 마감하기 위해 디지털카메라와 핸드폰, 무선모뎀, 노트북을 싸 들고 현장에 접근했다.
배가 해안가에 접근하자 멀리서 움직이는 검은 물체가 쌍안경에 목격됐다. 우리 배는 즉시 직선거리를 피해 옆 해안가로 우회했다. 녀석이 볼 수 없는 곳에 상륙하여 암벽을 따라 낮은 포복으로 접근해 망원렌즈로 살펴 보니 왼쪽 어깨에 커다란 상처가 선명하게 드러난 물개였다. 잽싸게 카메라 셔터를 누른 뒤 바로 그 자리에서 노트북을 펼쳐놓고 핸드폰을 통해 사진을 전송했다.
상처난 동해물개는 아직도 구조되지 못한 채 고성 앞 바다를 방황하고 있다. 어설픈 준비로 첫 구조에 실패했지만, 미국의 캘리포니아에서 전문가들이 방한하면 다시 한번 2차 구조를 시도하려 한다. 동해 물개야! 고통스럽겠지만 너의 상처를 안전하게 치료할 때까지 꿋꿋하게 버텨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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