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6회 이달의 기자상 / 수상소감 [취재보도]
문화일보/프랑스.네덜란드산 돼지고기 수입, 기자 초심에서 비롯된 특종
박학용(사회부 기자)
"캡 요즘 기사가 잘 안 보입니다."
시경을 떠난 지 1년 6개월이 지났건만 여전히 기자를 '캡'이라고 부르는 한 후배의 비아냥 섞인 '질책'에 몸둘 바를 몰랐었다. 후배가 무심코(?) 던진 이 뼈저린 고언이 '엉덩이가 무거워진' 나에게 '자아비판'의 계기가 됐다. 이런저런 이유로 마음이 편치 않을 때 이달의 기자상에 선정됐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그러니 이전의 수상 때와는 소회가 남다를 수밖에.
'다이옥신 파동' 특종은 그야말로 '기자 초심(初心)'에서 비롯됐다. 유럽산 축산물 '다이옥신 파동'은 외신을 통해 불거졌다. 국내 언론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시점은 6월 4일. 외신을 통해 심각성을 감지한 농림부가 보도자료를 통해 '자진신고' 하면서부터다. 자료의 핵심은 '문제의 기간 동안 벨기에 산 닭고기와 난백(계란 흰자위)은 수입되지 않았다.
벨기에산 돼지고기 2000여 톤이 수입돼 일부는 유통됐지만 다이옥신 오염 정도가 미미해 문제가 없다'는 것.
이 때문에 대부분의 조간들은 사회 2면에 2단 또는 3단 기사로 처리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왠지 정부의 발표가 믿기지 않았다. 우선 이번 파동의 '실체'를 더듬어보기 위해 외신을 챙겨봤다. 그러던 중 '다이옥신 파동은 벨기에의 베르케스트사가 다이옥신에 오염된 공업용 유지를 사료업체에 공급하면서 불거졌고, 문제의 사료는 인근 유럽국가 농가에서도 사용하고 있다'는 단 한 줄의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우리나라에 이들 나라로부터 수입된 돼지고기가 있다면 다이옥신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높은 게 아닌가. 농림부와 관련업계를 취재하기 시작했다. 운 좋게도 네덜란드와 프랑스가 우리나라의 돼지고기 주수출입국임을 확인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 나라로부터 수입한 돼지고기량이 얼마냐를 알아내는 일. 여기서부터 쉽지 않았다.
평소에 가깝게 지내던 농림부 간부마저도 "수입량을 집계하려면 시간이 제법 걸린다"며 딴청을 부렸다. 우여곡절 끝에 '벨기에에 이어 프랑스.네덜란드산 돼기고기도 국내수입 드러나' 기사는 5일자 문화일보를 통해 보도됐고, 이 여파로 국내 언론도 10여 일 간 '다이옥신 몸살'을 앓아야 했다.
일부 '팩트'를 확인하느라 평소보다 늦은 오전 10시쯤 기사를 출고했는데도 기자의 판단을 믿고, 1면 머리기사로올려준편집국장과 경제부장, 편집담당자 등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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