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이 부끄럽지 않은 대한민국,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부산일보 디지털 기획 화제

“부산일보에는 고졸 기자가 있나요?” “없습니다.” “적폐네, 그런데 무슨 특집을 해요. 본인들도 안 뽑으면서. 하하하.” 부산일보 디지털 기획 ‘나는 대학민국 고졸이다’는 지난 5일 ‘충주시 홍보맨’으로 유명한 유튜버 김선태 충주시청 주무관을 시작으로 8회에 걸쳐 영상과 온라인 기사를 통해 한국 사회 속 다양한 ‘고졸’ 출신 청년들의 인터뷰를 담았다.



‘고졸’ 기획은 김선태 주무관의 농담 섞인 말로 시작했지만, 시리즈 전반에 담긴 내용은 그리 가볍지만은 않다. “대학을 그만두면서 정상적인 회사에 가겠다는 생각 자체를 접었다. 자격증이나 시험으로 승부를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고졸이라서 앞서 포기한 것들이 많았고, 그런 것들이 지금 저의 안정적이지 않은 삶의 부분들을 만들어왔다.” 고등학교에서 기술을 배워 대기업에 취업했지만 호주 이민을 결심한 박장한씨, 꿈을 이루려 ‘가성비 최악’인 대학을 중퇴한 김현지 부산청년들 사무국장, 대학을 자퇴하고 꿈을 찾아 헤매다 해양경찰이 된 이대현(가명)씨 등을 통한 개인의 이야기에는 학벌주의가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비효율적인지를 보여준다.


코로나19로 올해 청년들의 취업난 고통은 더 극심해진 상황. 고졸 기획을 보도한 부산일보 디지털콘텐츠팀은 결국 한국 사회 뿌리 깊게 자리 잡은 학벌주의가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봤다. 이들은 “애초에 그들이 ‘고졸’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었다면, 그 엄청난 시간과 사교육비, 등록금을 꿈을 향한 일에 투자했더라면 어땠을까”라며 기획 취지를 밝혔다.


매회 원고지 200자 기준 25~30매 분량의 온라인 기사는 지면 중심 기사에 익숙했던 기자들에게는 새로운 시도였다. 데이터 중심의 해설 기사와 같이 심각하고, 딱딱한 기사보다 솔직한 고졸 청년들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기획 단계부터 스토리텔링 방식을 계획했고, 1인칭 시점의 기사를 선보이기도 했다. 황석하 디지털콘텐츠팀 기자는 “디지털 영역에서 이런 식의 시도는 처음이었다. 온라인 기사는 빠르고, 조회 수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아닌 것 같다”며 “오히려 신문이 전달할 수 없는 심층적인 내용을 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영상과 온라인 기사로만 연재한 ‘고졸’ 기획을 지난 23일부터 2회에 걸쳐 부산일보 지면으로 다시 보도할 정도로 고졸 기획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박세익 디지털콘텐츠팀장은 “이번 기획 기사에 유독 긴 내용의 댓글이 많이 달렸다. ‘고졸’인 자신들의 이야기부터, 학벌주의 타파가 실현 가능한지에 대한 논쟁이 이뤄지기도 했다”며 “교육계 사람들이 기사를 많이 돌려봤다고 연락이 올 정도로 주변 반응도 좋았다. 기사에 한국 사회 속 민감한 부분들을 많이 건드렸는데 이번 기획이 학벌주의 개선에 나비효과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지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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