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동 사장 정책 '지역 7시뉴스'가 수신료 인상 걸림돌?

['수신료 정국'에 KBS 지역국 기능 조정]
지역 밀착뉴스, 시청자 호응 큰데도
지역국 말살정책이란 평가 나오며
수신료 거부 등 지역사회 저항 불러
경영진 내부서도 "방향 전환 논의"

지역 KBS에서 저녁 7시 뉴스를 자체 방송하기 시작한 지 1년이 지났다. KBS는 지난해 11월부터 매주 한 차례, 40분 동안 지역 총국에서 자체적으로 제작한 뉴스를 편성하는 ‘뉴스7’ 지역화를 시작하고 올해 2월부터는 이를 주 4회로 확대했다. 본사 중심의 뉴스를 방송한 뒤 10분 정도 지역 뉴스를 덧붙이던 종속적인 구조에서 벗어나 각 지역의 의제를, 그 지역의 시각으로 보도한다는 취지였다. 뉴스 시간이 늘어난 만큼 뉴스의 심층성과 현장성도 강화되고, 다양한 실험이 가능해졌으며, 지역 밀착형 뉴스에 시청자 호응도 크다고 KBS는 밝혀왔다. 실제로 지역에서도 5~6분짜리 심층·해설 뉴스 코너가 자리를 잡고, 노동과 인권 등 지역 뉴스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의제들도 주요 뉴스로 다뤄지기 시작했다. 또한,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하면서 지역 중심의 재난방송 체제는 시청률 상승을 견인하는 역할도 했다.


KBS 지역방송국 폐쇄반대 전국행동 회원들이 지난 7월 서울 영등포구 KBS본사 앞에서 TV방송허가권 반납 철회를 촉구하며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KBS 지역방송국 폐쇄반대 전국행동 회원들이 지난 7월 서울 영등포구 KBS본사 앞에서 TV방송허가권 반납 철회를 촉구하며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 같은 ‘뉴스7’ 지역화 모델은 양승동 사장 체제 들어 추진해온 지역방송 활성화 정책의 주요 동력이었다. 지역의 자원을 총국 중심으로 집중하는, 이른바 ‘광역화’가 그 뼈대다. 9개 총국과 9개 지역국(을지국)으로 나누어진 예산, 인력 등의 자원을 광역 단위의 총국 중심으로 집중해 고품질의 방송을 하겠다는 전략이다. 지역국에는 라디오 방송제작과 수신료, 문화사업 등의 업무 기능만 남겨두기로 했다. 이처럼 제작과 송출을 광역 중심으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이 방송통신위원회 허가를 남겨두고 백지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KBS 지역국의 TV 기능을 총국 중심으로 집중하기 위해선 방통위의 변경허가가 필요한데, KBS가 신청서를 제출한 지 반년만인 최근에야 방통위가 허가 절차를 내년 3월까지 연장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문제는 KBS 경영진도 이렇다 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최근 성명에서 “지역방송 정책의 방향타를 쥔 주무 부처와 KBS 최고경영진의 의지가 흔들리니 KBS 지역방송 정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고 비판한 이유다.


좌고우면의 이유는 수신료다. KBS는 21대 국회 들어 수신료 인상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데, 지역국 기능조정안이 ‘지역국 말살’ 정책으로 평가되면서 해당 지역사회의 거센 저항을 불러온 탓이다. 기능조정의 대상이 된 지역사회에선 수신료 납부 거부 움직임이 일기도 했다. 해당 지역을 지역구로 둔 정치인들도 반대 목소리를 높였는데, 여기에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 방통위가 허가 결정을 미룬 것 역시 이런 정치권 내 분위기와 지역사회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결국, 수신료 인상 정국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로 최근 KBS 경영진 내부에서는 지역방송 정책의 전향적인 방향 전환을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정책 결정이 미뤄지고 모호한 상황이 계속되면서 현장의 혼란만 커지고 있다. 지역국 기능조정을 전제로 시행된 지역 ‘뉴스7’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지역 취재 및 촬영 기자는 총국 소속으로 배치됐지만, 편집과 그래픽 등 뉴스 제작 인력들은 지역국에 남아 있는 ‘기형적’ 형태다. 자원을 총국 중심으로 집중하는 것이 기능조정안의 골자인데 허가 절차가 지연되면서 이를 실행에 옮기지 못해 총국에선 부족한 제작 인력에 신음하고 있고, 지역국에 남아 있는 인력들은 마땅한 역할 없이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만 커지는 상황이다. KBS본부 지역협의회가 지난 12일 성명을 내고 사장의 결자해지를 촉구한 이유다. 이들은 “양승동 사장이 내놓은 유일한 지역방송 활성화 정책인 ‘지역국 기능조정안’이 한순간에 백지화 위기에 놓였다는 얘기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것은 사측이 제시한 비전을 믿고 지금까지 희생을 감내해 온 지역 조합원들의 선의를 무참히 짓밟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기술직군 중심인 KBS노동조합이 지역국 기능조정을 사장 퇴진 운동까지 불사할 정도로 강력하게 반대해온 반면, KBS본부는 취지와 방향에는 공감을 표해왔다. KBS본부가 지난 7월 본사와 지역 소속 조합원 26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전체의 73.7%, 지역 조합원의 70.7%가 지역국 기능조정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KBS본부 관계자는 “지역국이 필요 없다는 게 아니다. 인력이 충분하고 여유가 있다면 당연히 모든 지역에 방송국을 만들고 지역 뉴스를 많이 하는 게 맞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노조에서도 효율성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분명한 건 지금 이 상태는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는 거다. 어떻게든 정리가 돼야 한다. 사장이 결단을 내리고 힘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고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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