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사랑 두 얼굴의 언론

사설 등에선 준엄한 훈계…

제목 40%가 국적불명 외래어





한글날인 지난 9일 대부분의 언론은 한글날 관련 기획기사와 사설을 게재하며 인터넷의 한글파괴 현상을 비판하는 등 ‘한글사랑’에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한글 파괴의 주범을 ‘인터넷’과 ‘방송’으로만 한정하면서 정작 자사 신문에서는 온통 외래어와 각종 조어로 장식한 제목을 달고 있어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을 사고 있다.

대부분의 중앙일간지들은 최근 들어 별지 제작을 늘리면서 지면분류에 외래어를 사용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실제 한글날인 지난 9일 별지를 제작하지 않은 문화일보와 대한매일을 제외한 8개 중앙일간지의 별지면 제목을 조사한 결과 113개 가운데 47개가 외래어나 아예 영문으로 표기돼 있어 전체 제목의 40.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조선일보의 경우 별지 면 제목의 대부분을 ‘Asian games’ ‘Sports’ ‘Food&Fitness’ ‘Travel&leisure’ 등 아예 영어로 표기하고 있었다. 이는 조선일보가 10일자 사설 ‘극에 달한 우리말 파괴’에서 “방송, 인터넷, 일상생활에서 한글은 민망할 정도로 마구 사용되고 있다”며 “국적불명의 외국어, 외래어에 의한 오염 말고도 한글의 오남용이 한계에 이른 것”이라고 비판한 것과는 대조를 이루는 것이다.

중앙일보도 9일 ‘인터넷 시대의 한글 쓰기’라는 사설을 게재하고 “인터넷을 점령한 마구잡이 글이 한글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지만, 별지의 면 제목마다 ‘GO! 아시아드’ ‘머니’ ‘중앙경제 클릭’ ‘HW/SW’ ‘IT@NOW’ 등 온통 외래어와 뜻 모를 내용으로 장식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한국일보도 이날 사회면 머리기사로 “한글은 볼수록 예쁜 글 정작 한국인은 몰라요”라는 기사를 게재했지만 ‘Hi Money’ ‘e라이프’ ‘Hi Touch 레저’ 등 영어와 한글을 섞어 뜻 모를 조어를 만들어냈다.

이외에도 동아일보가 ‘You&Me’, ‘동아일보 키즈’, ‘키즈 쇼핑’ 등을, 경향신문이 ‘magazineX Living’ ‘생활/DIY’ ‘Health’ ‘오토’ 등을 면 제목으로 다는 등 대부분의 언론이 불필요한 영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 연합뉴스 이희용 기자는 9일자 기자칼럼에서 “신문들은 일제히 한글날 관련 기획기사나 사진을 게재하며 영어와 무국적 조어 등이 판치는 현실을 개탄했지만 정작 해당 신문의 지면을 훑어보면 자가당착이란 비난을 피할 길이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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