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6회 이달의 기자상 / 수상소감 [취재보도]

한겨레/검찰 조폐공사 파업유도 의혹, 아직도 '의혹'은 끝나지 않았다

강희철(민권사회1부 기자)

길어야 5분 남짓? 처음 그 '말'을 듣는 순간,난 두 귀를 의심했다.믿기지 않았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지 모른다.



직업적인 '생리'가 그런지라,발언이 계속되는 동안 머리 한쪽은 기억하기에도 바빴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의구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 자리에서 일어나 기자실에 내려와서도 회사에 들어와 망설임 끝에 기사를 쓰면서도 몇 차례나 스스로에게 거듭 물었다."정말 검찰이 그런'공작'을 했을까?"



나는 검찰 수사가 끝난 지금도 이른바 파업유도 의혹 사건의‘실체적 진실'을 알지 못한다. 검찰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공소제기 단계에서 사건의 모든 것이 드러나지는 않는 법이니 법원의 심리와 판결을 지켜볼 참이다. 확정판결이 내려질 때까지는 개인적으로 이 사건에서 '의혹 이라는 두 글자를 떼버릴 생각이 없다.



그와는 별도로 이 사건의 여파를 보면서.1999년을 사는 우리 사회가 아직도 '80년대적 시각' 에 구속돼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떨칠 수 없었다. 모든 일을 정치적 음모와 음습한 공작의 산물로 보는 습성이 결국은 검찰의 수사결과를 불신하게 만들고 나아가 특별검사에 대한 환상을 잉태한 것은 아닌지. 검찰의'과거사' 가 검찰을 무슨 도구쯤으로 여기는 역대 정치권력이 일차적인 원인 제공자이지만 비판의 기치를 쳐든 이들도 한 번쯤은 자기 자신을 되돌아볼 일이다.



'발언'이'활자로 바뀌고 나서 뜻하지 않았던 실로 많은 일이 벌어졌다. 그 중에서도,세간의‘도덕주의자’들이 사갈시하는 폭탄주를 함께 나눈 적이 있는 진 전 검사장의 면직과 소환. 구속은 짧지 않은 번민의 시간을 내게 강요했다.`매타작'을 당하는 검찰을 바로 곁에서 지켜보는 심정 또한 결코 편치 않았다.



그 와중에 걸려온 한'젊은'검사의 전화는 위로 이상의 기억으로 남아 있다. "마음 고생이 많겠더군요. 솔직히 내가 속한 조직이 만신창이가 되는 데는 원망도 생깁디다. 그러나 누가 썼는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 것으로 충분한 것 아닌가요. 강희철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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