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자본금 편법 충당' 유죄 판결에도… 사과 없는 MBN 경영진

[컴퓨터를 켜며] 김달아 기자협회보 편집국 기자

김달아 기자협회보 편집국 기자

▲김달아 기자협회보 편집국 기자

서울 중구 퇴계로 MBN 건물 각층 게시판에 ‘유죄확정 경영진은 사퇴하라’는 피켓이 붙었다. ‘자본금 편법 충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MBN 법인과 경영진이 지난달 24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자 노조가 책임자들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어서다.


이 의혹이 처음 제기된 건 지난해 10월이었다. MBN이 2011년 종합편성채널 설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최소 자본금 3000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임직원 명의로 550억원의 대출을 받아 회사주식을 매입하고, 이를 숨긴 사실이 언론보도로 뒤늦게 드러났다.


당시 MBN은 “사실무근”이라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구성원들도 사실이 아니라는 회사의 말을 믿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MBN을 압수수색한 검찰은 상법과 자본시장법 등 위반 혐의로 MBN 법인과 부회장, 전현직 대표를 기소했다. 법원은 이들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했다.


유죄 판결 직후 MBN 구성원들은 시청자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전국언론노조 MBN지부, 한국기자협회 MBN지회, MBN PD협회는 각각 발표한 성명에서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신뢰 회복의 첫걸음을 떼려면 책임자들이 사퇴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구성원들의 잇따른 요구에도 이번 사태를 만든 장본인들은 아무런 말이 없다. 선고일인 지난달 24일 MBN 관계자는 기자협회보에 “판결문을 받아본 뒤 내부 논의를 거쳐 공식 입장을 내겠다”고 했지만 지금껏 무소식이다. 내부 구성원들에게도 이번 판결에 대한 회사 차원의 공식적인 입장이 전달되지 않았다고 한다.


MBN 구성원들은 자신도 몰랐던 과거의 회사 일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다. 기자들은 기사로만 써오던 기업 압수수색, 법정에 선 경영진의 모습이 ‘내 회사’의 일이 된 걸 보며 부끄러움을 느꼈을 것이다. 유죄 판결에 대한 책임도 구성원 모두가 짊어지고 있다. MBN 기자협회 성명에 언급된 것처럼 “MBN 조직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세간의 따가운 시선을 감내”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오는 11월 재승인 심사를 앞두고 승인 취소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어 구성원들의 불안은 지속되고 있다. 그런데도 사태 발생에 책임이 있는 경영진들은 사퇴는커녕 구성원과 시청자를 향한 사과,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해 말 한마디 하지 않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종편 재승인 여부를 심사하는 방송통신위원회는 다음달 2일까지 MBN 심사를 위한 시청자 의견을 접수받는다. 접수 페이지에 첨부된 MBN의 재승인 신청서 중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의 실현 가능성’ 부분엔 재승인 시 사업계획으로 28가지 항목이 쓰여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무책임한 태도라면 약속의 진정성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MBN이 공적 책임을 느끼는 언론사라면 이번 사태에 대해 분명하게 사과부터 해야 한다. 회사를 믿었던 구성원들, MBN 뉴스와 프로그램을 애정했던 시청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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