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가 낳은 파장을 보며, ‘인천공항공사에 전화 한 통이면 확인 가능했을 텐데’라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온라인에 떠도는 정보를 검증 없이 그대로 옮겨 쓴 게으른 기사를 꽤 접하는 요즘이다 보니, 그리 놀랍지 않았다. 정작 놀란 것은 최초 기사가 사내 이달의 기자상 최우수상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이었다. “5000만원이 맞는지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취준생과 청년들에 대한 공정성이라는 기사의 논조가 중요하다”는 해당 기자의 변도 <미디어오늘> 보도를 통해 접했다. 아무래도 ‘탈 저널리즘’ 시대인 듯하다. 탈 진실을 통해 탈 저널리즘을 풀어본다.
탈 진실(post-truth)은 “여론 형성에 있어 감정과 개인의 신념에 호소하는 것이 객관적 사실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의미하는 것”이다(옥스포드사전). 철학자 매킨타이어(McIntyre)는 탈 진실 시대를 과학 부인주의(science denialism)와 연결 짓는다. 그는 과학부인자들이 사실을 부정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사실 증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과정 자체를 오염시켰다고 지적한다. 가령 지구 온난화를 부정하는 사람들은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무시할 뿐만 아니라, 측정도구를 통해 실증자료를 수집하고 그를 토대로 분석을 진행하여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탐구 과정 자체’에 대한 의심을 퍼뜨린다는 말이다. 탈 진실 시대에 사람들은 사실을 취사선택해서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것에서 멈추지 않는다. ‘대안적 사실(alternative fact)’이라는 해괴한 말로 가령 스테이크를 앞에 놓고 ‘대안적 샐러드’라고 말하며 현실을 구성할 수 있다고 고집을 부린다. 탈 진실 시대가 진정으로 위험한 이유는 세상을 인지하고 현실을 탐구하는 데 있어 견지해야 할 태도 자체를 무시하기 때문이다.
탈 저널리즘으로 이야기를 옮겨보자. ‘탈 저널리즘(post-journalism)’은 “기사 작성에 있어 기자나 언론사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객관적 사실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 정도로 정의할 수 있겠다(필자의 정의다). 탈 저널리즘이 무너뜨리는 것은 저널리즘에 대한 신뢰만이 아니다. 뉴스를 전하는 저널리즘의 실천(practices)과정을 오염시키고 결국 기본원칙까지 붕괴시킨다. 코바치와 로젠스틸은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에서 모든 기자들(100%)이 ‘사실을 정확하게 전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꼽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 이야기라고?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실시한 2019년도 설문조사에서 일반 국민들은 ‘뉴스’의 가장 본질적인 요소를 하나 뽑아달라는 질문에 압도적 다수(약 73%)가 ‘사실성’을 꼽았다. 익명의 온라인 이용자가 내뱉은 정보를 검증 없이 받아써 거짓정보를 널리 확산시킨 기사에 ‘상’을 주는 것은 저널리즘을 실천하고자 애쓰는 기자들의 노력을 조롱거리로 전락시키는 일이자, 저널리즘 자체에 대한 부정이 아닐까?
김민정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의 전체기사 보기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