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터지면'전관복귀'

'인맥 취재' 이유 툭하면 다시 불러

99년부터 지난해까지 법조출입을 했던 한 신문사 차장은 지난 1년간 경제부에서 증권팀장을 맡았으나 올해 초 각종 게이트 사건이 터지자 다시 법조팀장 발령을 받았다. 지난 3년간 정치부에 있던 다른 신문사 기자도 그 전에 법조 출입을 했었다는 ‘원죄’로 얼마전 다시 사회부 법조팀에 배치됐다. 최근 이 신문사의 법조 출신들이 잇따라 연수와 이직으로 자리를 비우면서 팀을 보강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회부를 희망하는 기자들이 줄어들면서 큰 사건이 발생하거나 결원이 생길 경우 사회부 출신 기자들을 다시 불러오는 이른바 ‘전관복귀’ 현상이 굳어지고 있다. 치열한 기사 경쟁이 예상되는 전쟁터에 이왕이면 능숙한 경험자를 보내는 게 훨씬 안전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전관복귀’ 현상은 특히 법조기자들에게 많이 나타난다. 언론에 공개하는 것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법조 기사의 특성상 공식 브리핑에서 나오는 기사보다 판·검사들과의 인맥에 의한 취재가 어느 출입처 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올해 법조팀장 발령을 받고 컴백한 한 신문사 차장은 “법조는 수사상황 등을 고려할 때 타 출입처보다 취재 연속성이 필요한 곳이다. 또 취재경쟁이 치열한 곳이어서 인맥 없이는 취재가 쉽지 않다”며 “이런 이유 때문에 법조는 경험자들이 다시 맡는 게 일반적인데, 결국 한번 몸을 담으면 못 빠져 나온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기자들 사이에선 “잘하면 오히려 손해”라는 생각까지 팽배해 있다. 경찰팀에서 정치부로 자리를 옮겼다가 다시 기동취재팀을 맡게된 한 신문사 기자는 “다시 사회부에서 일하라고 하면 대부분의 기자들이 싫어한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또 “큰 사건 나면 다시 불러오고, 사람 모자르면 불러온다. 왜 나만 희생해야 하느냐는 하소연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고 전했다.

문제는 순환이 잘 안된다는 것이다. 2∼3년 외근을 하면 1년은 국제부나 편집부 등 내근 부서에서 근무하는 게 관례화 돼있는 방송의 경우 신문보다는 잡음이 덜 하지만 순환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신문에선 사회부 기피 현상이 더 심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회부로 컴백한 한 기자는 “힘이야 들지만 어쩌겠느냐. 회사 사정 뻔히 아는데 못하겠다고 버틸 수도 없는 일”이라면서도 “모두가 하기 싫어하고 힘들어하는 일이라면 고통분담이 필요하다. 또 고생하는 만큼회사 차원의 배려가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미영 기자 박미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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