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심하고, 몸 고달프고…

사회부 "Oh No!"

“예전에는 사회부를 해야 진짜 기자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기자들은 사회부 가기 싫어한다. 몸도 고되고 느닷없이 터지는 사건이 많아 물먹을 일도 많고 스트레스도 심하기 때문인 것 같다.” 경향신문 강기석 편집국장은 자신이 젊었을 때만해도 사회부가 가장 인기 부서였는데 최근에는 사회부에 통 가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사회부에서 사건기자를 안 하면 ‘메인 스트림’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것이다. 자연히 사회부가 ‘기자의 꽃’이라는 말도 ‘옛날 이야기’가 됐다.



‘기자의 꽃’에서 ‘기피부서’로

실제 기자들은 부서 배치를 위해 조사하는 ‘희망 부서’란에 ‘사회부’를 쓰지 않는다. 동아일보 인력개발팀 하준우 차장은 “수치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사회부를 기피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경제부, 문화부에 대한 인기가 높고 사회부는 후순위로 밀려나 있다. 수습기간이 바로 끝난 기자들이 사회부를 지원하는 경우는 있지만 대체로 사회부를 최종 종착지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9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가시화 되기 시작한 기자들의 사회부 기피현상은 최근 더욱 심화되고 있다. 얼마전 정치부에 있다 사회부 법조팀으로 발령난 한 신문사 기자는 며칠간 출근을 거부하기도 했고, 경제부에 있다 사회부로 발령난 다른 신문사 기자가 타사 경제부로 자리를 옮긴 사례도 있다. 또 기자들의 사회부 기피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사회부, 특히 법조기자를 타 신문사에서 ‘수혈’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올해 초 경력기자를 채용하면서 타사 법조 출입기자를 각각 2명씩 채용했다. 이들 신문사에 법조기자를 뺏긴 언론사 역시 시사주간지 법조기자를 경력기자로 채용, 빈자리를 채웠다.



“전문성 떨어지고 힘들다” 외면

그렇다면 기자들은 왜 사회부를 기피하는 것일까. 5∼6년차를 넘어선 기자들은 사회부의 ‘비전문성’을 첫번째 이유로 꼽는다. 정치부에 있다 2년째 사회부 근무를 하고 있는 한 신문사 10년차 기자는 “자신을 특화하기 쉽지 않고 경쟁력을 상실해 가는 느낌이다. 특히 연조가 어느 정도 되는 기자들은 자꾸 동기들과 비교하게 되고 불안감이 커진다”고 말했다. 세상이 다양해지면서 전문영역을 찾아가고 싶은 욕구도 커졌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사회환경 변화에 따른 사회부의 위상 변화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과거독재권력 하에서는 정치관련 기사는 제대로 쓰기 어려웠고, 경제 기사의 비중이 높지 않았던 데 반해 유일하게 사회와 부딪히면서 세상에 기여하는 글쓰기가 가능한 곳이 사회부였다. 그러나 ‘한계’와 ‘성역’이 무너지면서 사회부의 역할에 대한 가치가 낮아졌고,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사건사고가 전달되면서 사건사고 기사의 중요성도 떨어졌다.

무엇보다 몸이 고달프다는 것도 사회부를 기피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실제 국민일보가 지난 5월 실시한 부서별 근무환경 조사에서도 사회부 법조팀과 경찰팀은 초과근무를 가장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부 법조팀과 경찰팀이 7개 그룹 가운데 가장 많은 초과근무를 하는 1그룹에 포함돼 매일 3시간이 넘는 초과근무를 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시경캡은 ‘봉사하는 자리’

때문에 기자들은 사회부를 ‘노가다’라고 표현한다. 야근도 많고 일도 험하다는 것이다. 특종할 기회도 많지만 그만큼 물먹는 기사도 많아 스트레스가 많고, 다른 부서와는 달리 대부분이 비판기사라 소송에 걸리는 경우도 많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특히 개성이 강한 신세대 기자들에게 사회부는 기자로서의 일을 배우는 훈련과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적응을 잘 하는 기자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밤늦게까지 대기상태로 있어야하는 경찰기자에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한 신문사 시경 캡 역시 “예전에는 캡 하면 출세코스로 생각했지만 지금은 1년쯤 봉사하는 자리로 생각한다”고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보상책 마련 등 처우개선 고심

이같이 사회부 기피현상이 심화되면서 각 언론사들은 ‘인센티브제’ 도입 등 사회부에 대한 ‘보상책’을 마련하고 나섰다. 중앙일보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잇따라 터져 나온 각종 게이트로 법조기자들의 근무강도가 과중해지면서 기자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지난 4월부터 사회부 법조팀과 경찰팀에 대해 3개월을 근무하면 1주일의 휴가를 보내주는 방식을 도입했다. 이외에도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명문화하고 있지는 않지만 사회부에서 일정기간 근무하면 원하는 부서로 보내주는 방식을 대안으로 내 놓고 있다. 또 취재비를 보다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현실화하는 방안 등 사회부의 처우개선을 위해 고심하고 있으나 타 부서와의 형평성 등이 제기되면서 시스템화되지는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언론에서 사회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 않다. 특히 큰 사건이 벌어졌을 때 진가를 발휘하는 곳은 사회부다. 때문에 아직도 데스크들 가운데는 “기자 노릇하려면 그래도 사회부에서 특종도 한번 하고 그래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달라진 사회환경과 언론풍토 속에서 사회부가 계속 주요 출입처로서 제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서는 사회부의 운용에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인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무엇보다 적절한 시점에서 순환근무가 이뤄져야 하고 처우개선을 위한 보상책 마련도 시급한 과제일 것이다. 또 장기적으로는 늦은 시간까지 대기상태로 있어야 하는 비효율적인 업무 관행, 사건사고만 쫓는 기사 형태 등에 변화를 주고 사회부 기자들도 전문성을 제고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미영 기자 [email protected] 박미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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