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MBC 상당수가 순환휴직제나 급여 삭감을 시행하고 심한 곳은 휴업에 들어가는 등 경영 위기로 고심하고 있다. 대주주인 서울MBC의 역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MBC충북 노사는 7월부터 12월까지 모든 직원에 대해 휴업을 실시하기로 지난달 22일 합의했다. 고용관계를 유지하는 대신 총 근로시간을 평소보다 20% 이상 초과 감소하고 정부로부터 고용유지지원금을 받는다. 이에 따라 85명 직원이 이 기간 매달 5일 가량(4.7일)을 쉬고, 21% 삭감된 임금을 받는다. 사장 임금도 30% 삭감했다. MBC충북 사측 관계자는 “인력이 줄었는데 일은 그대로 할 수 없어 주말뉴스를 없애는 등 TV, 라디오 프로그램을 축소하고 서울 방송을 릴레이 하기로 했다. 콘텐츠를 줄이는 게 악순환이 될 수도 있지만 문을 닫을지 말지 생존 기로에 놓여 잠정 실시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휴업으로) 하반기 약 9억원을 절감할 것으로 판단했다. 6개월 후 사정이 좋아질 것 같지 않아 내년부턴 또 다른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지역사별 정도 차는 있지만 상당수 지역MBC에선 비상경영이 잇따라 시행되고 있다. 안동MBC 직원들은 지난해 12월 노사합의 후 특별상여금을 100% 반납하고 있다. 시간외수당 역시 법정기준에서 8000원으로 낮췄다. 최근 유연근로제에 합의해 이달 중순부터 시차근로제 시행을 앞뒀다. 목포MBC는 7월부터 11월까지 5개월 간 2018년 이후 입사자를 제외한 직원 37명이 한 달에 7~8명 꼴로 순환휴직에 들어간다. 광주MBC는 퇴직 전 2년 의무안식년제를 실시해 정부지원을 받고 임금 50%를 지급한다. 울산MBC와 여수MBC 등은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를 활용한 순환휴직을 시행하거나 노사 협의 중이다.
최근 몇 년 지역MBC의 경영상황 전반은 악화 일로를 걸어왔다. 최근 공개된 방송통신위원회의 2019년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에 따르면 지역MBC 16개사는 지난해 모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역MBC 전체로 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누적된 방송 산업 위기에 코로나19라는 뜻밖의 변수가 있었지만 지역MBC 전반에선 ‘본사 책임론’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지역MBC 한 기자는 “서울에서 임명한 사장은 3년 있다가 가다보니 장기적인 미래 투자 없이 그저 지출을 줄이고 단기 성과에만 매몰될 수밖에 없다. 호시절 쌓아둔 유보금으로 버티는 구조를 만들어놓고 지역MBC더러 자구책을 내놔라 하는 게 근원적인 문제”라며 “우리 입장에선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 상황인데 네트워크를 위해 할 수 있는 것들도 하지 않으면서 ‘수신료 달라’ 같은 얘길 하는 본사가 야속하다”고 했다. 또 다른 지역사 관계자는 “지역MBC 유보금이 100억이 안되는 곳부터 500억원대까지 정도인데 최근 적자 규모를 고려하면 10년을 못 버틴다. 비상경영으로 더 줄일 데도 없었는데 이제 직원 임금까지 건들게 된 것”이라며 “본사의 정무적 판단으로 지역MBC 임원들이 해임됐는데, 그 소송의 패소로 몇 억원씩 물어주는 것도 지역에선 어마어마한 금액”이라고 토로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지난 2일 성명을 통해 “본사인 서울MBC도 대주주에 걸맞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지역사가 포함된 MBC 미래의 청사진을 서둘러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승영·박지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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