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개방 "미국과 말 맞췄나"

SBS "지상파 외국인소유 20% 허용" 공식 주장

‘외국프로 편성쿼터’ 방송사업자 대부분 “폐지”





SBS가 WTO 도하개발아젠다(DDA) 서비스 협상과 관련 지상파 방송의 소유지분을 20% 한도에서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을 빚고 있다. 그동안 SBS가 방송시장 개방을 위해 로비를 하고 있다는 설이 제기된 적은 있었으나 공식석상에서 이같이 주장한 것은 처음이다.

SBS는 지난달 30일 방송위원회가 지상파 TV 3사, 위성 및 케이블TV 등 방송사업자들을 불러 방송분야 개방협상과 관련 의견을 청취하는 과정에서 “지상파방송도 민영방송사의 경우 외국인에 대한 소유지분을 20% 한도에서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송의 경쟁력 확대와 투자유치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지상파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전면 금지하고 있으나 미국의 경우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20%를 개방하고 있다.

이에 대해 KBS와 MBC는 “외국인 지분이 들어올 경우 투자한 만큼 이익을 창출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경영효율성만을 강조하게 되고 결국 구조조정에 들어가거나 방송의 선정성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며 절대 불가 입장을 피력했다. 특히 현재 개방을 요구하는 나라들 가운데 지상파방송의 소유지분 개방을 구체적으로 요구한 나라는 없는 상황이어서 코스닥에 등록돼 있는 SBS가 외국인 투자 유치를 통한 주가 상승을 위해 앞서 나가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반면 이번 서비스 협상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외국프로그램에 대한 편성 쿼터 개방요구와 케이블 및 위성방송의 외국방송 재송신 비율 제한 폐지 요구와 관련해서는 방송사업자들이 대체로 ‘개방’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현재 미국과 대만에서 개방을 요구하고 있는 외국프로그램 편성쿼터와 관련해서는 KBS가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으나 MBC, SBS, 스카이라이프, SO, PP 등 이날 참석한 대부분의 방송사업자들은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방송 사업자들은 “국내 방송이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에 외국 프로그램이 들어와도 경쟁력이 있다”는 논리를 폈다. 케이블 및 위성방송의 외국방송 재송신 비율 제한 철폐 요구에 대해서는 SO와 스카이라이프가 적극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힌 반면 외국방송과 경쟁을 벌여야 하는 PP는 반대 입장을 보였다. 현재 외국프로그램 편성쿼터는 지상파가 20%, 비지상파가 50%이며 외국방송 재송신비율 제한은 10%이다.

이와 관련 방송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개방을 요구하는 미국의 요구와 방송사업자들의 요구가 같다는 것이 놀랍다. 특히 외국프로그램에 대한 편성 쿼터 전면 개방은 장기적으로 우리의 영상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협상을 통해 개방 수위를 정하겠지만, 방송위의 기본 입장은 현재의 개방수준보다 개방을 확대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미영 기자 [email protected] 박미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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