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연 경남도민일보 기자는 지난 3월 한 달 가족돌봄휴가를 다녀왔다. 아이 때문이었다. 코로나19로 아이 유치원 등원이 미뤄지는데 돌볼 사람이 없었다. 친정에 맡기고 시댁에 맡기고 이웃에도 맡겨봤지만 맞벌이 부부에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복귀한 회사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고 있었다. 창간 이래 처음으로 휴업까지 갈 수 있다는 말이 돌았다. 임직원 90% 이상 매달 15~20명이 돌입하는 유급순환휴직이 8월까지 실시되며 그는 지난 5월 다시 한 달 휴직에 들어갔다.
지난 2012년 ‘경남도민일보 기자가 되고 싶다’는 바람에 다니던 직장을 접고 늦깎이 입사한 1983년생 기자는 첫 휴직, 그것도 석 달 간 두 번의 휴직 사유가 코로나19가 될지 예상할 수 없었다. 사회부와 문화부를 거쳐 편집부에 이르렀고, 개인적으론 결혼과 출산을 겪은 지난 8년. 삶 자체가 된 일터의 위기를 체감하는 심정은 결코 편할 수가 없다. 박 기자는 “‘언제 또 쉬어보겠나’ 생각하려 하면서도 실수령액 기준 평소보다 20% 가량 줄어든 급여를 보니 ‘현타’가 오더라. 얼마 전 개인적으로 융자 신청한 게 돼 충격을 많이 줄였지만 몇 개월 이상 가면 보통 일이 아니겠다 싶었다”며 “회사 안에선 불문율처럼 휴직이나 회사 얘길 잘 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했다.
#2005년부터 경남일보 기자였던 강진성 취재2팀장(경제)은 지난 4월부터 주 30시간 근무 중이다. 코로나19 경영난으로 주 40시간 노동시간을 7월까지 단축, 임금을 일부 줄이는 조치에 따른 것이다. 주 3.5일~4일을 근무하며 ‘북유럽 스타일이냐’는 농도 듣지만 속내는 개운치 않다. 우선 임금이 줄었다. 마라톤대회가 연기되며 3월 상여금을 4~5월 두 달에 걸쳐 나눠받았다. 이번 달 상여도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무엇보다 기사 질 하락에 대한 우려가 크다. 고질적인 인력 부족에 근로시간 감축이 겹치며 인력난이 더 심해진 탓이다.
강 팀장은 “본사와 창원총국을 합쳐 경제 쪽 인력이 한 개 부서 수준인 4명뿐인데 번갈아 쉬다보니 매일 휴무자가 나오고 팀원을 5일 후에 보게 되는 일도 있다”며 “업무 연속성이 떨어져 좋은 기사보다는 지면 채우기에 급급해지고 이런 상황에서 취재 지시를 하기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아내와 초등·중학생 두 아이를 둔 한 집안의 가장이기도 한 그는 “(집에서) 회사 얘긴 일체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 발발 후 5개월, 지역언론 종사자가 겪는 현실의 일부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따르면 언론인금고를 한시적으로 특별 생활자금 융자 지원하는 데 지난 5월(1차) 16개 지역매체 90명이 신청했다. 이중 10개 언론사 53명이 총 1억5600만원을 지원받았다. 1인당 신청 최고액인 300만원씩을 받은 셈이다. 사태가 장기화 될수록 융자 수요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1인당 융자 규모를 1000~2000만원까지 확대해 줬으면 좋겠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언론재단은 2차 신청부터 지원대상과 근무기간, 1순위 지원대상 기준 등을 변경하고 지원조건을 완화한 상태다.
기자 개개인이 겪는 위기는 특히 ‘부(산)울(산)경(남)’ 소재 신문사에서 극심하다. 사별 차이는 있지만 전년 대비 30~50% 매출 삭감을 호소한다. 경남도민일보와 경상일보, 국제신문은 전원 또는 보직자를 제외한 사원, 희망자를 대상으로 유급 순환휴직을 시행 중이다. 경남신문은 지난 2월 희망퇴직을 실시해 4명이 명예퇴직했다. 경남일보는 노동시간을 단축해 임금을 줄였고 부산일보는 상여금 50% 지급 유예, 연차제한 없는 안식월제 시행에 들어갔다. 연차의무 소진이나 업무추진비 삭감, 지면 감면 발행(4개면)은 공통적이다.
타 지역 신문 역시 매한가지다. 대구경북에선 매일신문이 32면에서 28면으로 감면 했고, 실비 절약 차원의 순환휴직에 6개월 간 총 110명이 참여한다. 강원도에선 강원일보가 6~11월 총 20명이 유급 순환휴직을 가고 추가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대전충남, 전북, 광주전남 등 지역 주요 매체에선 휴직 등을 취한 곳은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되나 사정은 좋지 않다.
문완태 인천경기기자협회장은 “경인일보와 경기일보, 중부일보가 규모가 큰 곳인데 24개면을 발행하다 비용을 줄이려 모두 20면으로 감면했다. 지면 축소로 독자 서비스 약화 우려가 나오며 이를 벌충하려 온라인에 집중하고 있다”며 “회사에 돈을 더 달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니 임·단협은 거의 동결됐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이어 “최소한의 윤리를 지키는 지역 중소언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중소기업 지원 또는 언론 다양성 보호 차원에서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박성진 충북기자협회장은 “6개 일간지 중 20개면 넘는 곳이 1개사밖에 없었고 대부분 16개면을 찍어왔는데 12면까지 줄일 수는 없지 않겠나”라며 “감면 등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했다.
지역언론은 ‘언론의 위기’와 ‘지역의 위기’를 동시에 겪으면서도 다양한 지역 목소리를 담으며 근근히 버텨왔지만 이번에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지역언론에 대한 지원 요구는 산업적 위기를 정부가 해결해달라는 소리가 아니라 대증요법이라도 필요하다는 쪽에 가깝다. 앞서 전국언론노조 경남대표자회의 등은 △일정 요건을 갖춘 지역미디어에 대한 긴급 경영안정 자금 대출 요건 완화 △행사·축제 취소로 쓰지 못하는 불용예산 일부를 공익 목적 홍보 예산으로 책정 △홍보 예산 상반기 조기집행 △지역방송 ‘방송발전기금’ 한시적 50% 경감 △정부광고 지역언론 비중 확대 등 수준의 요구를 한 바 있다. 정부의 지역신문 지원과 관련해 언론노조는 10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면담을 예정하고 있는데 문체부가 어떤 지원책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지역 매체 한 노조위원장은 “정부가 지역신문위기에 별 관심이 없다고 느낀다. 여기저기서 문체부가 신문에 호의적이지 않고 관련 예산을 깎으려 한다는 말만 들린다”며 “회사는 사람 적게 쓰고 돈 아껴 경영하는 걸 경험했고, 기자들은 월급 끊길 상황을 겪어 취약한 임금복지, 영업 압박을 거부하기 어려워져 지역언론이 더욱 황폐화될까 우려스럽다”고 했다.
최승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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