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오픈런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이슈 인사이드 | 경제] 김원장 KBS '사사건건' 앵커

김원장 KBS ‘사사건건’ 앵커.

▲김원장 KBS ‘사사건건’ 앵커.

‘샤넬 클래식 미디엄 백’은 715만원이었다. 며칠 전 846만원이 됐다. 하루 새 120만원이 올랐다. 저렴하게(?) 이 핸드백을 사려는 줄이 매장마다 길게 이어졌다. 이태원 클럽발 3차 감염이 처음 확인된 날이었다. 우리 주변에 715만원짜리 핸드백을 쉽게 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살짝 드러난 날이었다.(시장경제가 유지되는 것은 진짜 부자와 진짜 가난한 자들이 서로의 넘침과 부족함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 아닐까...)


‘코로나19’는 새로운 일상이 됐다. 삶은 어떻게 바뀔까? 전망이 난무한다. 학자들의 전망은 맞을까?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던 성형외과는 마스크와 재택근무 덕분에 때아닌 호황을 겪고 있다.(도무지 사람이 모이질 않으니 소매치기 업계엔 분명히 악재일거다) 언택트(Untact) 시대는 빨라질 것이다. 애초에 1인 사회로 돌아가고 싶었던 현대인들은 이제 (바이러스를 핑계로) 모이고, 얼굴을 맞대고, 합치는 것을 더 꺼릴 것이다. 인간과 인간의 대면결합은 분명 더 신중해질 것이다.  


자유무역도 빨간불이 켜졌다.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 이후 지구인들의 무역은 급성장했다. 달러를 마음껏 찍어낼 수 있는 미국은 호혜적이면서 시혜적인 자유무역을 허용했다. 소련을 중심으로 한 공산주의에 맞서 자본주의 경제를 지키려는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시장경제를 위한 큰형님의 희생으로 ‘자유무역’은 급성장했고, 일본 중국 그리고 한국 같은 나라의 ‘함께 성장’이 가능했다. 덕분에 미국은 천문학적인 무역적자국이 됐다.(Triffin’s dilemma/달러의 지구적 유통을 위해서 무역수지 적자를 감당해야 하는 미국의 딜레마)


하지만 ‘미국이 왜 이 적자를 감수해야하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 신박한 생각을 해냈다. 코로나19의 책임을 중국에 돌리며 무역 갈등의 수위는 점점 더 높아진다. 그럴수록 자유 교역의 밸류체인이 무너진다. 자유무역의 호혜적 이익은 사라지고, 정치적 손익만 남는다.(갈등은 사라지고, 열린 자유무역의 시대가 펼쳐질까? 글로벌 교역질서가 무슨 스타워즈인가?) 이 시나리오는 우리에겐 참으로 악재다.


진짜 심각한 것은 격차다. 바이러스는 누구에게나 평등하지 않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지 않으면 경기가 식는다. 경기가 식을수록 파견직, 계약직, 일용직을 먼저 집으로 보낸다. 이른바 플랫폼 노동자에서 프리랜서까지 바이러스는 불안한 고용을 노린다. 전 세계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내일부터 안나오셔도 돼요!”란 통보를 듣고 있다. 이렇게 경기가 차갑게 식어 가는데 샤넬매장에는 줄이 길다랗게 늘어선다. 수도권 골프장회원권 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7000만원 하는 현대차 GV80은 주문이 폭주해, 지금 주문하면 연말에야 차를 받을 수 있다.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선진국들이 앞다퉈 막대한 재정을 풀고 있다. 일자리를 잃은 서민들에게 직접 지원이 강화된다. 하지만 지난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풀었던 천문학적인 돈은 결국 어디로 모아지는가?(미국은 양적완화로만 4500조원가량을 풀었다) 일시적인 재정확대가 격차를 줄이지 못한다는 것 또한 분명해졌다.


프랑스 혁명 때 귀족계급들은 ‘언제쯤 세상이 정상으로 돌아올까?’ 기다렸다고 한다. 하지만 세상은 1789년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코로나19 이후 우리 사회는 어떻게 변할까?


바이러스가 가장 어려운 사람들 먼저 덮친다. ‘가난에는 이자가 붙는다’는 말이 실감난다. 코로나19 이후를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이거 하나는 분명해 보인다. 코로나19는 격차를 더 키울 것이다. 전 지구에 유행하는 ‘격차’라는 돌림병의 감염 확산에 대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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