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노조가 재파업을 결의했다. 언론노련(위원장 최문순)은 13일 "우리들의 10년 염원이었던 통합방송법이 무산된 데 대한 분노 속에서 현재 진행 중인 대량 사법처리에 저항하기 위해 방송노조 재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방송노련(상임의장 현상윤)은 14일 "전국 1만여 방송동지들의 분노와 염원을 한데 모아 또다시 개혁적 방송법 쟁취를 위한 대장정에 돌입할 것"이라며 "지도부 구속과 대량 사법처리라는 초유의 위기상황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 2차 연대총파업 등 강력 투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지도부가 연행된 KBS 노조(위원장 현상윤)는 11일 비상대책위원회를 소집하고 위원장에 전영일 전 노조위원장을 선출했다. 또 EBS 노조(위원장 정연도)는 9, 10일 '민주적 방송법과 교육방송공사법 조속 제정'을 위한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 74.1%의 찬성률(투표율 84.3%)로 파업을 결의했다.
방송노조 집행부 전원은 10일부터 철야농성 중이다.
이에 앞서 10일 영등포경찰서로 연행된 현상윤 KBS 노조위원장, 김수태 부위원장, 한명부 조합원은 12일 구속 수감됐다. 방송노련 박진해 사무처장, 박영춘 MBC 노조위원장, 신상근 방송위 노조위원장은 14일 남부지원에 자진출두해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았다.
영등포경찰서는 또 광화문집회에 참여했던 KBS 14명, MBC 11명, 방송위원회 5명 등 모두 30명의 조합원에 대해 출두요구서를 발부했다. 이들의 혐의는 불법파업에 따른 업무방해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이다.
한편 11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법안소위가 결렬되고 14일 제206회가 폐회됨에 따라 방송법 처리는 또 다음 국회로 미뤄졌다. 국민회의 신기남, 자민련 정상구, 한나라당 이경재 의원 등 6명이 참가한 법안소위는 여야가 ▷방송정책행정권의 통합방송위원회 이관 ▷방송위 상임위원 호선에 합의, 한때 법 처리에 희망이 보였으나
▷KBS 경영위원회 도입에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상임위 표결이 결렬됐다.
이 자리에서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KBS 이사회를 경영위원회로 강화하고 국회와 방송위원회가 각각 6인과 5인을 추천해 구성하는 안을 내놨으나 국민회의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와 관련 방송노조들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방송을 계속 장악하려는 청와대 신주류와 수구·공안세력들이 방송법 제정을 막기 위해 전면에 나선 것아니냐"는의혹을 강력히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한 관계자는 "노정이 이미 방송법안에 합의하고 방송사 노사협의가 진행 중인 과정에서 노조집행부들을 꼭 긴급 구속할 필요가 있었는가는 의문"이라며 "검찰의 독자적 결정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이에 대해 상황보고만 듣고 있으며 특별한 지시는 없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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