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MBC지회 "대구시, 언론 재갈물리기 중단하라"

권영진 대구 시장이 지난달 7일 오전 대구시청에서 대시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권 시장은 피로 누적으로 쓰러진 지 11일만인 지난 6일 유관기관 합동 대책 회의에 모습을 드러냈고 이날 12일 만에 브리핑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권영진 대구 시장이 지난달 7일 오전 대구시청에서 대시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권 시장은 피로 누적으로 쓰러진 지 11일만인 지난 6일 유관기관 합동 대책 회의에 모습을 드러냈고 이날 12일 만에 브리핑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한국기자협회 대구MBC지회가 7일 자사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앵커의 발언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 제소와 검찰 고소로 대응한 대구시를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앞서 4월7일 대구MBC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뉴스대행진>을 진행하는 앵커는 방송 클로징 멘트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해 권영진 대구시장의 발언을 지적했다. 당시 권 시장은 쓰러진 뒤 12일 만에 시민들에게 생중계되는 공식 브리핑장에 모습을 드러낸 상황이었다. 대구MBC지회 성명에 따르면 이 앵커는 이날 방송에서 "'초기 대응이 성공적이어서' '전국적인 대유행을 대구에서 막았다'고 자화자찬한 시장의 발언에 대해 동의할 수 없으며, 대신 늑장 대처 때문에 코로나19가 확산했다는 지적에 동의한다"고 논평했다.

대구시는 해당 클로징 멘트를 문제삼았다. '대구시장이 12일 만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 아니라 이미 그 전부터 내부 회의에 참여했고, 질병관리본부에서 대구시의 대응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에' 앵커의 발언이 허위라는 주장이다. 대구시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 및 반론 보도를 해달라고 제소한 데 이어 앵커 개인에 대해서는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MBC지회는 성명 <대구시는 언론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에서 "논평을 두고 고소와 언론중재위에 제소하는 것이 흔하지 않은 일이기도 하지만 견제와 감시의 대상이 되어야 할 권력 기관인 대구시가 이런 법적 선택을 했다는 것 역시 믿기 어려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대구MBC지회는 "다른 목소리를 방송에서 논평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이자 권리이며 그런 목소리를 듣고 자신을 돌아보든 정책을 바꾸든 아니면 무시하는 것 역시 시장의 자유이자 권리이다. 하지만 대구시는 “(시민들에게) 12일이 아니라 5일 만에 (내부 회의에) 모습을 드러냈고, 다른 곳에서 대구시가 잘한다고 평가했다”며 앵커의 ‘논평’을 허위 ‘보도’로 규정했다”며 "고소와 제소라는 법적 조치까지 취했다. 이러한 인식 자체가 대구시가 언론을 대하는 기본 자세가 얼마나 빈약하고 우스꽝스러운지를 증명하는 슬픈 현주소"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성명 전문.

대구시는 언론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

대구시가 대구문화방송 라디오 시사프로 앵커의 발언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 및 반론 보도를 해달라고 제소하고 앵커 당사자에 대해서는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검찰에 고소했다고 한다. 논평을 두고 고소와 언론중재위에 제소하는 것이 흔하지 않은 일이기도 하지만, 견제와 감시의 대상이 되어야 할 권력 기관인 대구시가 이런 법적 선택을 했다는 것 역시 믿기 어려운 일이다.

앵커의 발언을 뜯어보면 대구시의 조치는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긴급 생계자금을 두고 대구시의원과 설전을 벌이던 대구시장이 쓰러져 병원에 입원한 이후 12일 만에 시민들에게 생중계되는 공식 브리핑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자리에서 “’초기 대응이 성공적이어서’ ‘전국적인 대유행을 대구에서 막았다’고 자화자찬한 시장의 발언에 대해 동의할 수 없으며, 대신 늑장 대처 때문에 대구에 코로나19가 확산했다는 지적에 동의한다는 것”이 앵커 발언의 전부이다. 대구시가 문제 삼은 부분은 대구시장이 12일 만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 아니라 이미 그 전부터 내부 회의에 참여했기 때문에 허위 보도이며, 질병관리본부에서 대구시의 대응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에 가짜 뉴스라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 자체가 대구시가 언론을 대하는 기본 자세가 얼마나 빈약하고 우스꽝스러운지를 증명하는 슬픈 현주소이다. 시민들은 책임 있는 사람이 하는 책임 있는 발언을 들으면서 내가 살고 있는 대구에서 코로나19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알기 위해 매일 오전 생중계되는 대구시 공식 브리핑에 눈과 귀를 집중했다. 아마도 과로로 쓰러졌을 대구시 방역 대책의 최고 책임자인 대구시장이 12일 만에 생중계 화면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는 시민들 사이에서도 기대하는 내용이 서로 달랐을 것이다. 과로로 쓰러지는 실마리를 제공했던 긴급 생계자금에 대한 진솔한 설명이나 감염병 대응에 지쳐가는 시민들에 대한 위로, 겸허한 반성과 희망을 주는 메시지가 그중 하나였을 것이다. 물론 ‘대구시의 초기 대응이 성공적이었고 전국적인 대유행을 대구에서 막았다’고 생각하는 시민도 있을 것이고 ‘대구시가 감염병 준비가 부실했고 신천지나 요양병원 등에 대한 대처도 부족했다’고 느끼는 시민들도 있을 것이다. 카메라를 보고 준비된 발언을 하는 시장에게 다른 목소리도 있다고 알려주는 것은 언론의 의무이며 그런 목소리를 듣는 것 역시 시장의 의무이다. 그러한 다른 목소리를 방송에서 논평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이자 권리이며 그런 목소리를 듣고 자신을 돌아보든 정책을 바꾸든 아니면 무시하는 것 역시 시장의 자유이자 권리이다. 하지만 대구시는 “(시민들에게) 12일이 아니라 5일 만에 (내부 회의에) 모습을 드러냈고, 다른 곳에서 대구시가 잘한다고 평가했다”며 앵커의 ‘논평’을 허위 ‘보도’로 규정했다. 나가서 고소와 제소라는 법적 조치까지 취했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이러한 인식 자체가 대구시가 언론을 대하는 기본 자세가 얼마나 빈약하고 우스꽝스러운지를 증명하는 슬픈 현주소이다.

우려되는 대구시의 언론관은 이뿐이 아니다. 대구문화방송이 유튜브 공식 채널을 통해 생중계한 대구시 코로나19 공식 브리핑 채팅창에 어떤 이용자가 다른 이용자들에게 “사이버수사대 고발”까지 언급하며 발언을 방해한 적이 있었다. 대구문화방송의 조사 결과, 이 이용자는 대구시 홍보 담당자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떳떳하다”던 이 대구시 홍보 담당자는 자신의 댓글이 문제가 될 것을 걱정했는지 자신의 아이디를 다른 아이디로 바꿨다. 방송되거나 출판, 인쇄되는 것도 아닌,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내는 실시간 채팅창에 신분을 숨기고 여론에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 것이 대구시의 언론관인가?

교과서에서 언론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까지 가져와야 하는 상황이 참담하지만, 언론학자 대부분이 첫 번째로 올리는 언론의 역할이 감시이다. 권력의 통치 행위와 사회 전반을 감시하는 역할을 가장 우선으로 꼽는 것이다.

대구시에 호소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달라. 대구시에 요청한다, 언론을 제 입맛대로 좌지우지하려 하지 말라. 대구시에 요구한다, 언론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행위를 당장 중단하라.

2020년 5월 7일
대구MBC 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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