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무관심' 미디어선거 '표류'

특위 구성 자리싸움으로 차일피일…당론도 못정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제출한 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면서 미디어선거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으나 정작 ‘칼자루’를 쥔 정치권은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본격적인 미디어선거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이번 대통령 선거에 앞서 법 개정이 이루어지기는 힘든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선관위는 지난달 8일 미디어선거를 통한 선거공영제 확대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한달 여가 지나도록 정치권은 이에 대한 각 당의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논의할 국회 정치개혁특위 구성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권은 통상적으로 선거법 개정 등 중요한 정치개혁 현안과 관련해서는 각 당 합의로 정치개혁특위를 구성하고 의견수렴을 거쳐 법안을 처리했었다.

이와 관련 여야는 지난달 17일 총무회담에서 정개특위 구성에 대해 한차례 논의했으나 위원장 자리를 놓고 민주당과 자민련은 자민련이, 한나라당은 한나라당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선거법 개정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국회 정개특위 구성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각 당 역시 이에 대한 충분한 검토작업 및 당론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김종만 한나라당 행정자치수석전문위원은 “8월초에 선관위 개정의견과 관련 한나라당 정개특위 회의를 가졌으나 보고하는 자리였지 개별 사안에 대한 입장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국회 정개특위 구성 합의 등 국회 상황을 봐 가면서 당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상천 민주당 정개특위 위원장실의 한 관계자도 “민주당 정개특위 내 선거관계법 소위원회에서 논의를 하기는 했으나 아직 당론이 정해지지는 않았다”며 “선관위 개정의견에 대한 내용 또는 이견보다는 양당의 정치적 입장이나 일정상 논의를 못하고 있다. 국감 이후에나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치권의 무관심과는 달리 언론·시민단체들은 미디어선거를 중심으로 한 선거법 개정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무료 정책 신문광고 및 방송연설 대상을 국회 교섭단체로 한정한 선관위의 군소정당 차별조항에 대해서는 반대입장을 표명하는 한편 TV토론위 구성과 토론 참여기준 등 미디어선거를 위한 법적 조항을 더욱 강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각 당의 이해관계가엇갈리고 대치정국이 계속되면서 선거법 개정안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이같은 언론·시민단체들의 노력도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 개정 선거법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10월 안에는 법이 통과돼야 한다는 시각이어서 이번 대선에서 본격적인 미디어선거를 기대하기란 사실상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박미영 기자 박미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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