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기·가족사 등 흥미위주 보도 일색
재산형성·테러배후 의혹은 단순중계만
정몽준 후보의 공식 출마선언 이후 쏟아져 나온 언론의 검증 시리즈가 대부분 성장기, 가족사 등 흥미위주에 그쳐 본질적인 검증에서는 비껴간 것 아니냐는 지적을 사고 있다. 특히 재산 형성과정, 현대그룹 노동자 테러사건 등 제기되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추적보도보다는 다른 후보가 정 후보를 공격하고 있다는 식의 ‘중계’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달 17일 정 후보가 공식 출마선언을 하자 언론은 다음날부터 정 후보에 대한 검증시리즈를 내보냈다. ‘집중탐구 정몽준’ ‘대선 출마 선언 정몽준 검증’ ‘정몽준 대선 후보 검증’ 등의 제목으로 2∼3차례 나간 기획물은 그러나 내용 면에서는 본격적인 ‘검증’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지적이다. 성장기 등을 다룬 첫 번째 기획물은 대부분 ‘사고치는 우등생… “소탈” “독선” 엇갈려’(경향), ‘출생서 출마까지-학적부로 본 학교생활’(대한매일), ‘개구쟁이에서 최고 지향의 청년으로’(한국) 등 정 후보의 출생 비밀과 학교성적, 대학시절의 커닝사건 등에 비중을 두고 흥미위주로 보도했다. 세계일보는 정 후보에 대한 ‘6대 의혹 해부’라는 제목으로 ‘정신병력 소문’, ‘대학낙제’, ‘생모’ 문제 등을 다루기도 했다.
연이어 게재된 시리즈물 역시 정 후보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현대중공업 소유주에서 월드컵까지’ ‘정계입문에서 정풍까지’(중앙), ‘체육·경영인으로서의 리더십‘ ‘정치인 정몽준’(동아) 등 축구협회장으로서의 공적과 빈약한 의정활동을 지적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한겨레가 ‘검증돼야 할 경영인으로서의 행적’에서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 연루’ ‘현대그룹 노동자 테러사건 배후조종 의혹설’ 등을 비중 있게 보도하고 동아가 ‘정치인 정몽준 검증’에서 ‘초원복집 사건 개입 논란’을 제기한 것이 눈에 띄었을 뿐이다.
한편 대선 후보 토론이 본격화되고 ‘정풍’에 대한 다른 후보들의 견제가 심화되면서 정 후보에 대한 의혹이 구체화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추적보도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는 99년 현대전자에 대한 주가조작 조사와 관련 정 후보가 “금감원 책임자를 만났다”고 답변하면서 쟁점이 됐지만 한겨레 등 일부 언론만이 이를 문제삼았을 뿐이다.
한나라당 역시정 후보와 관련 △1700억원 재산형성과정에서 증여세 및 소득세 탈루 의혹 △현대중공업 공적자금 투입과정에서 정경유착 의혹 △현대그룹 계열사 노동자 테러사건 지휘 의혹 △현대중공업 직원들의 ‘정몽준 후원회’ 강제가입 의혹 등 4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은 ‘한, 본격 “정 때리기”/“정풍 만만치 않다” 판단 4대 의혹 제기 등 공격’(한국 9월 25일), ‘한나라 “정풍 막아라” 집중포화’(한겨레 9월 25일), ‘한나라-정몽준 전방위 충돌’ (문화 9월 26일) 등 의혹 하나 하나에 대한 검증보다는 ‘한나라당의 정 후보 때리기’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이같은 의혹 제기가 정치공세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이에 대한 진실여부를 가리고 의혹을 해소하는 것은 언론의 몫이라는 지적이다.
박미영 기자
[email protected]
박미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