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부산의 독특한 도심 풍경 중 하나, 굴다리를 함 파봤심더. ‘부산하면 바다 아이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이제부터는 굴다리가 퍼뜩 떠오를낍니더. 이 무신 금정산에서 스키점프하는 소리냐고예? 잘 들어보이소.” 부산 사람이 하는 말을 듣고 받아친 게 아니다. 위는 지난 2월20일 온라인에 발행된 부산일보 기사 원문의 일부다.
부산일보는 올해 들어 몇몇 기사를 경상도 사투리로 작성하고 있다.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전달하는 한편 친근한 사투리로 기사를 작성해 지역 독자의 흥미를 이끌어낸다는 취지다. 사투리 기사를 주도적으로 쓰고 있는 황석하 디지털콘텐츠팀 기자는 “처음엔 단순한 데이터 기획기사를 생각했다”며 “제작회의에서 재미가 없다는 얘기가 나왔고 고민하다 파격적으로 문체를 바꿔보자, 해서 생각한 게 사투리였다”고 말했다.
독자들 반응은 좋았다. ‘신선하다’ ‘지역 신문이 지역 말을 쓰니 보기 좋다’는 반응부터 좀 더 적극적으로 ‘이 표현엔 이 사투리가 더 맞다’는 의견을 주거나 ‘왜 반말로 쓰냐’는 항의까지 접수됐다. 부산일보도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모양새다. 항의가 접수된 바로 다음 기사부턴 존댓말 사투리로 기사를 작성하고 있고, 기사 첫머리에도 이해가 안 되는 사투리를 댓글로 남겨주면 친절하게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황 기자는 “저희 어머니가 마산 분이라 제가 영향을 받은 것 같은데 예리하게 그 쪽 사투리인 것 같다고 맞추는 분도 있다. 모르는 사투리를 누가 댓글로 달아도 독자들끼리 서로 알려주더라”며 “의외로 애정 있게 봐주시는 것 같다. 지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사투리 기사 발행이 지연되고 있지만 조만간 또 다른 기사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제민일보와 한라일보도 오래 전부터 제주어로 쓰인 칼럼과 만평을 내보내고 있다. 한라일보는 2016년부터 ‘고재만의 제주어기림한판<사진>’이라는 제목으로 고재만 화백의 제주 말 만평을 신문에 싣고 있다. 7일에 한 번 서는 장처럼 매주 한 번 제주 말을 골라 크게 한 판 벌려놓겠다는 의미다. 제민일보도 지난 2010년부터 제주어로 쓰인 칼럼을 신문에 내고 있다. 직전엔 ‘제주어의 세상여행’이었고 최근엔 ‘제주어는 보물이우다’로 바뀌는 등 칼럼 이름에 주기적으로 변화를 주는 모양새다.
양전형 사단법인 제주어보전회 이사장은 “제주 말을 살리고 홍보해야 한다는 취지가 맞아 제민일보와 제주어보전회 회원들이 지난 10여년간 함께 쭉 써나갔다”며 “제주어에 관심 가지시는 분들은 상당히 좋아한다. 잊어버린 말을 다시 보니 좋다고 하는 제주 사람부터 칼럼에 나온 단어 하나하나 공부하는 분들까지 즐기는 유형도 다양하다”고 밝혔다.
강아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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