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정부 발표였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당일 브리핑을 통해 “집단감염이 다른 지자체에서 발생할 경우 제2, 제3의 신천지와 같은 폭발적인 증폭 집단으로 발견될 우려도 있다”고 했다. 그러자 언론은 ‘콜센터=제2의 신천지’ 프레임으로 가공했다. 이런 등식은 이후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한 정치인들의 입을 통해 빠르게 재생산됐다.
사실 틀린 표현은 아니다. ‘밀폐 공간에서 다수의 접촉이 집단 감염을 유발한다’는 긴 설명은 이 한 마디에 담겨 있다. 온라인 트래픽이 기사 평가와 광고 수주의 척도가 된 오늘의 언론 현실에서 이보다 매력적인 제목도 없을 터였다.
하지만 실상을 한 꺼풀 벗겨 보자. 언론이 단순한 유사성을 근거로 잇속을 차리는 사이 30만 콜센터 노동자들은 치욕과 싸워야 했다. 경기도 소재 한 콜센터 직원은 “혹여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쟤 콜센터 다닌다더니 병까지 걸렸다’고 손가락질 할 것 같다”면서 “가뜩이나 자존감이 떨어지는데 이젠 창피해서 말도 못하겠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왜 열악한 환경에서 버티는 노동자를 낙인 찍느냐. 정작 고객들은 ‘힘내라’고 하는데 언론만 그런다”고 항변했다.
실제 기사에서 가장 공감을 많이 받은 댓글은 “마스크를 못하는 근무 환경이니 재택근무를 했어야 한다. 그게 아쉽지 신천지랑 비교하느냐”였다. 언론은 여론보다 인권 의식이 낮았다.
감염병을 밑천 삼은 언론의 ‘공포 장사’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한국에 국한된 것도 아니다. 영국 카디프대 카린 왈-요르겐센 저널리즘 교수가 1월12일부터 한 달간 세계 영자신문사 100곳의 코로나19 보도를 분석한 결과, 총 9387건의 기사 중 1066건이 ‘공포(fear)’ 혹은 ‘두려운(afraid)’이라는 단어를 포함하고 있었다. 저널리즘에서 감정이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온 그는 코로나19 보도에 대해 “실체를 전달하는 정보를 주기보다 대중의 두려움을 반영하는 기사가 넘쳐난다”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에서 신천지라는 단어는 공포의 또 다른 이름이다. 더불어 이단 종교에 대한 혐오 이미지도 갖는다. 그러니까 ‘제2의 신천지’라는 표현은 한국 버전의 공포, 그리고 혐오 장사의 미끼다.
코로나19 보도가 공포·혐오 장사를 한다는 비판은 바이러스 발생 초기부터 꾸준히 있었다. 언론학자뿐 아니라 언론인 자성의 목소리도 이어져 한국기자협회는 코로나19 보도 준칙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재난 보도의 기본 원칙인 ‘피해의 최소화’는 취재 현장에서 여전히 간과되고 있다.
미국 저널리즘 연구기관 포인터(Poynter)에서 매일 코로나19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있는 알 톰킨스 기자는 먼저 주관적인 표현을 걷어내라고 주문한다. 상황이 나쁠수록 그것, 객관성이 절실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같은 기관의 톰 존스 선임 연구원은 “감염병은 과학의 일이다. 정치의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현장 기자가 새길 만한 말들이다. 시작이 다르면 많은 게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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