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여파… 총선 취재에서 '현장'이 사라졌다

생동감 있는 르포 기사 부재

제21대 국회의원을 뽑는 4.15 총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 취재 현장은 가라앉은 분위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국으로 확산하고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선거 열기가 달아오르지 못해서다.


예년 같으면 격전지역 르포, 후보자들의 정책 대결, 판세 분석, 여론조사 기사 등이 쏟아졌을 시기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총선담당 기자들의 취재 풍경과 함께 보도 양상이 달라졌다. 특히 지역언론사 기자들은 이 변화를 크게 체감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전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대구·경북의 기자들은 불과 한 달 남은 총선이 지역민에게 와 닿을 수 없는 상황을 전했다. 박상전 매일신문 기자는 “예전 총선 때와 완전히 다르다. 코로나19 여파로 대구 거리엔 사람이 없을 정도”라며 “총선은 개개인의 생활에 직결되지만 코로나는 생명과 직결된다. 생명이 없으면 생활도 없기 때문에 코로나19 앞에선 총선이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7일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4월15일 국회의원선거 모의 개표 시연회’에 참석한 선관위 직원들이 투표용지를 분류하고 있다. 선관위 직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예방을 위해 전원 마스크를 착용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7일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4월15일 국회의원선거 모의 개표 시연회’에 참석한 선관위 직원들이 투표용지를 분류하고 있다. 선관위 직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예방을 위해 전원 마스크를 착용했다. /연합뉴스


국회를 출입하는 정재훈 영남일보 기자도 “보통 총선을 앞둔 이맘때면 시장 등을 찾아 민심을 들여다보는 르포를 쓰곤 하는데 지금은 그런 기사들이 실종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대구경북은 미래통합당의 중점이 되는 지역인데, 코로나19로 공천 면접부터 화상으로 진행돼 당시 현장을 생생하게 담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전 사회적으로 만남 자체를 꺼리는 상황에서 총선 후보들은 비대면 선거운동에 주력하고 있다. 기자들을 상대로 한 회견, 간담회, 정책 발표도 이메일이나 카카오톡 등 온라인으로 이뤄진다. 기자들도 후보들을 직접 만나는 대신 주로 전화통화로 취재한다. 곽지혜 전남일보 기자는 “평소였다면 거의 매일 총선 관계자들을 만났겠지만 지금은 일주일에 한두 번 보는 정도”라며 “지역구 후보들을 취재할 땐 대부분 전화로 한다”고 말했다.
전화취재가 늘고 있다 해도 코로나19 여파로 취재활동 전반에 위축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경기지역지 정치부 A 기자는 “총선 국면 특성상 사람을 전혀 만나지 않고 기사 쓰긴 어렵다. 마스크를 착용하긴 하지만 어린아이들이 있는 아빠다 보니 온 식구가 걸리게 되지 않을까 불안한 게 사실”이라며 “현장에 본격 투입되면 과거와 달리 소극적으로 취재하지 않을까 스스로 걱정된다”고 말했다.


기자들은 이처럼 현장에 가지 못하고 후보들을 만나지 못한 채 써야 하는 총선 기사의 품질 하락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충청권 지역지의 B 기자는 “현장에 가야 유의미한 돌발상황을 포착할 수 있고 그런 사례가 쌓여 선거 기사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번 총선을 취재하면서 제대로 된 기삿거리를 찾기 힘들다”며 “후보들이 기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자료를 뿌리는 현 구조에선 질의응답도 어렵고 정책에 대한 평가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강원도의회와 정당 등을 담당하는 이하늘 강원일보 기자는 코로나19 사태와 지난 7일 최종 확정된 강원도 선거구 획정 문제가 맞물려 지역 총선 보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했다. 이 기자는 “코로나로 총선에 대한 관심도가 낮아진 상황인 데다 고작 선거 40일 전 강원도 내 생활권을 무시한 찢어 붙이기식 선거구가 확정됐다”면서 “투표까지 남은 불과 한 달 동안 후보자들 얼굴부터 격전지, 선거 열기, 공약 분석 등을 보도해야 한다. 그저 운이 좋아 뽑히는 ‘로또 국회의원’이 탄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김달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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