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전환 놓고…SBS 노사 갈등 재점화

"지주사 'TY홀딩스'가 직접 지배… 소유·경영 분리 약속 파기될 위험"
사측, 노조추천 사외이사 선임거부... "지주사 적법성, 정부가 판단할 것"

지난해 3월 재점화된 SBS 노사 갈등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SBS 지배주주인 태영건설의 회사분할·지주회사 전환 추진과 사측의 노조추천 사외이사 선임 거부를 둘러싸고 노사 간 이견을 보이며 대립상태가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태영건설은 지난 1월22일 회사분할 결정을 공시했다. 계획서에는 현재의 태영건설에서 투자사업부문을 분할해 신설회사 ‘TY홀딩스’(가칭)를 설립하고, 태영건설은 기존 건설사업부문 등만 맡는 방안이 실렸다. 오는 5월13일 분할계획서 승인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6월30일에는 분할 보고 총회 및 창립총회를 열겠다는 일정도 담겨있다.


태영건설이 내세운 회사분할 목적은 △장기적 성장을 위한 기업지배구조 강화 △사업특성에 맞는 신속·전문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한 지배구조 확립 △경영 효율성·투명성 제고 △각 사업부문의 전문화 제고 △핵심 사업의 경쟁력 강화 △각 경영부문별 특성에 적합한 의사결정 체계 확립으로 조직 효율성 증대와 책임경영체제 강화 등이다.


태영건설은 분할의 긍정적 효과를 강조하고 있지만, SBS 노조는 “태영건설 대주주인 윤석민 회장 개인의 지배력을 극대화하고 사적 이익을 취하려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방송독립시민행동이 지난달 27일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통신위원회를 향해 “SBS에 대한 대책 없는 TY홀딩스 지주사 전환 계획을 불허하라”고 촉구했다.

▲방송독립시민행동이 지난달 27일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통신위원회를 향해 “SBS에 대한 대책 없는 TY홀딩스 지주사 전환 계획을 불허하라”고 촉구했다.


전국언론노조 SBS본부는 지난달 19일 발행한 노보에 2016년 6월 당시 SBS 기획팀 명의로 작성된 ‘태영 지주사 신설에 따른 영향 검토’ 문건을 공개하며 분할 계획을 비판했다. SBS본부는 “(해당 문건 중) ‘SBS 및 계열회사 영향’이라는 대목에서 TY홀딩스의 증손회사가 되는 SBS 자회사들이 공정거래법 위반 상태에 놓여 법적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는 점이 기술돼 있다”며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와 지배력 강화라는 사적 이익을 위해 추진되는 TY홀딩스 출범으로 SBS에 발생하는 문제들이 하나같이 SBS의 미래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임을 사측도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음이 이 문서에서 재차 확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유관·시민단체들도 태영건설의 회사분할과 TY홀딩스 신설 계획에 우려를 표했다. 방송독립시민행동은 지난달 27일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통신위원회를 향해 “SBS에 대한 대책 없는 TY홀딩스 지주사 전환 계획을 불허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태영건설-SBS미디어홀딩스-SBS’로 이어지는 현 체제에서 태영건설을 분할하고 신설한 TY홀딩스를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방송지주회사(미디어홀딩스) 위에 새로운 지주회사를 두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대주주 1인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TY홀딩스가 SBS를 직접 지배하는 구조가 되면…(SBS 노·사·대주주가 이뤄냈던) 방송의 공익성 강화와 경영 투명성 확보, 소유·경영 분리의 대국민 약속 등이 일거에 파기될 위험에 처한다”면서 “지배주주 변경 사안은 방송법상 사전 심사 대상이다. 방통위는 TY홀딩스 불가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주회사 문제뿐 아니라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를 사측이 거부한 것도 갈등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지난 2017년 10월13일 SBS 노·사·대주주가 서명한 이른바 <10·13 합의문>에는 ‘사외이사는 총 3인으로 하며, 회사와 노조가 각 1인씩 추천하고 나머지 1인은 회사가 추천하는 2인 중 1인을 노조의 동의를 얻어 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노조는 현직 사외이사 중 1인을 재추천했다. 그러나 지난달 26일 사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관련 서류를 반려했다. SBS본부는 “역사적인 10·13 합의를 정면으로 파기한다는 선언”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장은 지난달 28일 ‘본부장의 편지’를 통해 “현재 SBS 노사관계와 미래는 중대한 변곡점으로 치닫고 있다”며 “SBS 경영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노조추천 사외이사제도다. (이번 사측의 거부는) SBS의 경영 난맥상을 가장 날카롭게 지적하고 대주주로부터의 독립성을 강력하게 유지해온 해당 사외이사를 제거하기 위한 공작”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지난 2일 사내망에 “노조가 추천한 인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지 않은 것은 해당 인사에게 2008년 체결된 ‘노사특별합의서’에 정한 절차와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사례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TY홀딩스 체제로 전환하더라도 자회사 매각 등 SBS에 변화를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수차례 밝혔다. TY홀딩스의 적법성은 법에 따라 정부가 판단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달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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