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경향신문 고발 하루만에 취하했지만…

야권 뿐 아니라 각계서 거센 비판
경향 "표현의 자유 짓밟나" 사설
언중위, 경향에 '권고' 결정 통보

더불어민주당이 자당에 비판적 칼럼을 쓴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와 이를 게재한 경향신문을 검찰에 고발했다가 비난 여론이 일자 하루 만에 고발을 취하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4일 “임 교수 및 경향신문에 대한 고발을 취하한다”면서 “우리의 고발 조치가 과도했음을 인정하고 이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이 문제 삼은 글은 지난달 29일 경향신문 오피니언면에 실린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의 칼럼 <민주당만 빼고>다. 임 교수는 이 칼럼에서 “정권 내부 갈등과 정쟁에 국민들의 정치 혐오가 깊어지고 있다”며 “제왕적 대통령제 아래서도 행정부가 균열을 보이고 국회가 운영 중인데도 여야를 대신한 군중이 거리에서 맞붙고 있다. 자유한국당에 책임이 없지는 않으나 더 큰 책임은 더불어민주당에 있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더 이상 정당과 정치인이 국민을 농락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선거 과정의 달콤한 공약이 선거 뒤에 배신으로 돌아오는 일을 막아야 한다”면서 “국민이 볼모가 아니라는 것을, 유권자도 배신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자. 선거가 끝난 뒤에도 국민의 눈치를 살피는 정당을 만들자. 그래서 제안한다.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고 썼다.


지난달 29일자 경향신문 오피니언면에 실린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의 칼럼 <민주당만 빼고>(왼쪽). 더불어민주당은 기고자인 임 교수와 칼럼을 게재한 경향신문을 지난 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독립성 침해’라는 비판이 일었다. 민주당은 고발을 취하했지만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오른쪽 이미지는 민주당의 행위를 비판한 이달 15일자 경향신문 사설.

▲지난달 29일자 경향신문 오피니언면에 실린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의 칼럼 <민주당만 빼고>(왼쪽). 더불어민주당은 기고자인 임 교수와 칼럼을 게재한 경향신문을 지난 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독립성 침해’라는 비판이 일었다. 민주당은 고발을 취하했지만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오른쪽 이미지는 민주당의 행위를 비판한 이달 15일자 경향신문 사설.


더불어민주당은 칼럼 작성자인 임 교수와 이를 지면에 게재한 경향신문을 지난 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임 교수는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피고발 소식을 알리면서 “선거는 개개 후보의 당락을 넘어 크게는 정권과 정당에 대한 심판”이라며 “선거기간이 아니더라도 국민은 정권과 특정 정당을 심판하자고 할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이 선거의 이름을 빌리더라도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의 고발 조치를 두고 야권뿐 아니라 사회 각계에서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14일 경향신문 노조는 성명을 내고 “필진의 자유로운 입장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칼럼이 자신들의 입장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고발을 남발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처사는 언론자유를 보장한 헌법 정신을 무시하는 처사이자 언론 탄압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이날 고발 철회 입장을 밝힌 더불어민주당은 “임 교수는 특정 정치인의 씽크탱크 출신으로 경향신문에 게재한 칼럼이 단순한 의견 개진을 넘어 분명한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 고발을 진행하게 되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앞서 지난 12일 언론중재위원회 산하 선거기사심의위원회는 해당 칼럼이 공직선거법 제8조(언론기관의 공정보도의무)를 위반했다는 유권해석을 내리고 이튿날 경향신문에 ‘권고’ 결정을 통보했다. 언중위 관계자는 “칼럼 보도 당시 자체심의를 거쳐 선거기사심의위에 정식 안건으로 상정했던 것”이라며 “권고는 가장 낮은 수준의 조치여서 법적 강제성은 없지만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유의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향신문은 공식 입장 대신 지난 15일자 사설 <‘표현의 자유’ 짓밟은 민주당의 오만을 규탄한다>를 통해 “신문의 칼럼란은 원래 권력층에 날 선 비판이 오가는 공간이다 (…) 민주당은 독재정권 시절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를 위해 맨 앞에서 싸웠다고 자부해온 정당이었다”며 “그런데 이제 정권을 잡고 나니 조그마한 쓴소리도 수용하지 못하는 협량함을 보이고 있다. 그럴수록 임 교수의 칼럼에 동의하는 시민은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김달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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