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MBC가 33년만에 찾아낸 KAL기 추정체, 재조사 이끌까
특별취재팀 1년여 추적
위안부 취재하러 미얀마 찾았다가
1987년 추락한 KAL기 정보 접해
특수 수중카메라로 50m 해저 포착
서울MBC 뉴스데스크도 이틀 보도
지역사 취재영역 세계로 넓힌 성과
1987년 11월 이라크 바그다드를 출발해 서울로 향하던 여객기 ‘KAL 858’이 미얀마 해역 상공에서 추락했다. 비행기 동체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탑승자 115명의 시신은 단 한 구도 찾지 못했다. 당시 전두환 정권은 김현희 등 북한 공작원의 테러였다는 수사 결과를 내놨지만 의혹 제기와 함께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사건 후 33년이 흐른 지난달 23~24일, MBC 뉴스데스크는 “미얀마 안다만의 50m 해저에서 KAL 858기로 추정되는 동체를 발견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MBC는 관련 기사를 이틀 연속 머리기사로 다루면서 총 8꼭지에 걸쳐 집중 보도했다. △KAL 858기(이하 858기)가 운항하던 항로와 가까운 지점의 바닷속에서 10~30m가량의 동체 등 기체 4개를 특수 수중카메라로 포착했고 △전문가들의 확인 결과 실제 858기일 확률이 높고 △블랙박스가 장착된 꼬리날개 부분이 좋은 상태로 발견돼 사고 경위를 파악할 수 있는 비행기록 데이터가 온전히 남아있을 가능성이 크며 △유골 상태의 시신을 수습할 여지가 있다 등을 전하면서 재조사단 구성을 촉구했다.
이 내용은 대구MBC 특별취재팀이 1년 가까운 추적 끝에 내놓은 결과물이다. 취재를 전담한 심병철 대구MBC 기자는 지역국 기자로선 이례적으로 서울MBC 뉴스데스크 스튜디오에 이틀간 출연해 앵커와 크로스토크를 진행하기도 했다.
대구MBC 심병철 기자와 마승락 영상취재기자 등은 지난해 초 창사특집으로 위안부 문제를 취재하기 위해 위안소가 있었던 미얀마를 찾았다가 858기 관련 정보를 접했다. 858기가 추락한 곳으로 추정되는 해역에서 저인망 어선 선장들이 858기 엔진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인양했다는 것이다. 현지인들은 그 지점의 정확한 좌표까지 가지고 있었다. 어쩌면 지역언론의 취재범위를 넘어선 사안이지만 대구MBC는 계속해서 파고들었다.
심병철 기자는 “858기 실종 사건이 발생한 해 고3이었는데 저희 세대에서 당시 정부의 수사결과 발표를 그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어딘가에 동체가 있을 거라고 늘 생각해왔다”며 “위안소 취재차 미얀마를 방문했지만 만나는 사람마다 858기에 대해 물었다. 그러다 우연히 정보를 얻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취재를 거듭할수록 현지인들의 이야기에 신빙성이 커졌다. 심 기자는 “‘사막에서 바늘 찾기’이긴 하지만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지역 사안이 아닌데도 선후배들이 적극적으로 지지해줬다”고 말했다.
대구MBC 취재팀은 대여섯 차례의 현지 취재를 통해 858기 실종 사건의 실체와 진실을 좇았다. 먼저 지난해 11월27일~12월3일 지역방송에서 ‘858기 특별기획’을 연속으로 보도했다. 사고기 탑승자 명단의 오류를 밝히며 당시 부실한 조사 등을 지적했다. 대구MBC는 기획보도물을 디지털콘텐츠로 재구성해 유튜브 등에서 적극적으로 유통했다. 858기 사건의 타임라인을 정리하고 당시 보도를 확인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형식의 특별 페이지도 오픈했다.
대구MBC가 선보인 858기 기획은 지역성을 뛰어넘어 취재영역을 전 세계로 넓힌 지역언론의 모습을 보여준 동시에 서울-지역MBC의 협업이 빛을 발한 사례다. 심 기자는 “메인뉴스에 지역국 기사가 이틀 연속 첫머리로 나간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지역 기자가 뉴스데스크 스튜디오에 출연한 것도 흔치 않은 일”이라며 “보도에 앞서 여러 차례 만나 신뢰를 쌓은 덕분에 서울과 지역의 콤비 플레이가 잘 이뤄졌다. 이번 일이 서울-지역MBC 협업의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달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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