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 위주…문제 심층분석 소홀
미국의 이라크에 대한 공격이 임박해 오고 있으나 우리 언론이 이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기보다는 미국의 공격 시기에만 초점을 맞춰 보도하는 등 여전히 미국 중심의 보도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 12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사실상 이라크에 최후통첩을 했다. 이에 대해 언론은 ‘부시 유엔총회 연설서 대 이라크전 촉구’(동아), ‘부시, 이라크에 최후 통첩’(문화) 등 국제면 머리기사로 단순 중계하며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기정사실화 하는데 그쳤다. 이에 앞서서도 ‘미 이라크 공격시점은’(대한매일), ‘부시, 12일 대 이라크 최후통첩’(중앙) 등 미국의 이라크 공격 시기에만 초점을 맞추는 등 미국의 이라크 공격의 문제점을 다각도로 보도하지는 못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미국이 이라크 공격의 명분으로 제시한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주장에 대한 진위 논란이 일고 있고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이 보다 적극적으로 우리의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지난 16일 국정감사에서 국방부가 “미국이 이라크 공격을 할 경우 구체적인 지원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한미 동맹관계를 공고히 하기 위해 미국 주도하의 대테러 전쟁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이라크전 군사지원 검토…국방부 국감서 밝혀’(동아), ‘이라크 공격 군사지원 검토’(국민) 등 국방부의 발언 내용을 그대로 중계 보도하는데 그친 것이다. 한겨레만이 지난 17일자 ‘미국의 이라크 공격 지원 반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명분 없는 전쟁인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무조건적인 지원’을 하는 것은 종속관계를 확인해주는 것일 뿐”이라며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군사지원을 포함한 그 어떤 지원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물론 언론이 전혀 이라크 공격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일부 언론은 9·11 1주년 관련 사설을 통해 ‘미국은 군사행동에 앞서 국제사회를 설득하고 합의를 얻어내야 한다’(중앙), ‘아무런 명분도 없는 이라크 침공 방침을 세우면서 세계는 미국에 등을 돌리고 있다’(경향), ‘미국은 이라크에 대한 공격을 강행해서는 안된다’(문화)며 미국의 일방적인 이라크 공격의 문제점을 언급하기도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언론은 9·11특집을 대대적으로 내보내며 ‘그라운드 제로의 추모 행렬’, ‘이슬람권의 표정’ 등 현지 분위기를 전달하는 데 대부분의 지면을 할애해 1년이 지난 시점에서 9·11테러가 갖는 의미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을 하는데는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박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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