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보도 되돌아보다' 세미나, 언론계·학계 열띤 토론

"좋은 저널리즘 모범 사례 만들자" 등 제안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언론학회가 지난 12일 공동 주최한 '조국 보도를 되돌아보다' 세미나에선 기자, 교수, 청년의 발제에 이어 토론이 진행됐다. 심석태 SBS 보도본부장의 사회로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 송명훈 언론노조 KBS본부 공정방송실장,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이희정 한국일보 미디어전략실장, 최지향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조국 사태를 계기로 언론 보도의 문제를 파악하고 반성하는 동시에 뉴스 수용자의 태도, 언론 감시·비평 역할 등도 되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처장은 "일각의 주장대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보도가 온통 잘못됐다는 전제는 곤란하다"며 "조국 사태에서 언론이 공적 기능을 수행한 것은 무엇이었는지, 정당한 인사검증 보도가 어디까지인지 분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조국 사태에서 언론이 '검찰 발'이 아닌 독자적인 취재를 통해 내놓은 대표적인 보도로 한국일보 <조국 딸, 두번 낙제하고도 의전원 장학금 받았다>, 동아일보 <고교 때 2주 인턴 조국 딸,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를 꼽았다.

이어 김 처장은 "최근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해장국 언론'이라는 표현으로 뉴스 수용자에게 화두를 던졌다. 언론 위기 현상에 수용자들의 책임도 있다는 문제의식에 공감한다"면서 "그 이전에 언론 비평과 감시가 균형 있게 이뤄졌는지 돌아봐야 한다. 조 전 장관을 취재하는 기자들을 희화화하는 식의 비판은 확증편향을 강화해 시민들이 어떤 뉴스를 믿어야 할지 불확실하게 하는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김 처장은 언론이 뉴스 수용자와 대화를 주고받는, 새로운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언론이 자기 보도의 원칙을 드러내 '무엇은 알고 무엇은 모른다'고 설명하는 일이 확산돼야 한다. 최근 경향신문이 밝힌 피의자 초상 공개 기준, 알릴레오 논란 후 KBS 법조팀의 인터뷰 녹취록 공개 등이 주목할 만하다"며 "(이런 시도가) 독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훌륭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송명훈 언론노조 KBS본부 공정방송실장은 "(앞서 권석천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발제한) 전지적 검찰시점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또 반성한다. 특히 검찰의 시각이 담긴 기사체부터 뜯어고쳐야 한다는 것에 상당 부분 동감한다"며 "이달부터 시행 중인 법무부의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에 대해선 (일부 반발이 있지만) 일단 강력하게 시행해보고 향후 토론을 통해 수정‧보완해나가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희정 한국일보 미디어전략실장은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기자로서 '아무도 언론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무력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이 실장은 "언론이 무언갈 좌지우지하는 것처럼 여겨지고 돌팔매가 날아오는 현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느냐"며 "사람들이 생각하는 언론의 상을 비유하자면 '방구석 괴물'같다. 실질적인 힘을 발휘하진 못할 것 같은데 괴물 같은 느낌이랄까. 그런 것들이 (조국 사태에서) 한꺼번에 다가오면서 현장 기자들에게 열패감, 두려움, 자포자기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조국 사태에서 불거진 언론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법죄 관련 보도를 검찰수사 중심에서 재판 중심으로 재편, 피의자 등의 충분한 반론 보장, 익명 보도시 이유 기록하고 공개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최지향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는 좋은 기사를 쓰는 기자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을 고민하자고 제안했다. 최 교수는 "현재로선 기자들이 출입처에 의존하지 않고, 단편적인 이슈를 쫒지 않고, 심층적인 보도를 해야 할 이유가 없다. 좋은 기사를 쓰는 데 따른 인센티브가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언론사 내부에선 한두 달 땀 흘려 쓴 기사보다 팩트가 살아있는 기사를 인정하는 분위기고, 외부의 기자상도 기획기사보다 특종보도가 더 많이 수상하는 구조다. 뉴스 수용자들도 좋은 기사를 더 봐주지도 않는다"고 했다.

이어 최 교수는 "언론 보도를 비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기사를 칭찬하고 이런 보도가 많이 나오도록 격려해야 한다"면서 "좋은 교과서는 이론이 아니라 좋은 실천이라고 생각한다. 학계와 업계가 좋은 저널리즘의 모범 사례를 선정해 선집을 만들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본다"고 제언했다.

김달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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