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방송·통신 융합에 따른 새로운 서비스 도입을 근거로 방송법 개정을 추진하고 나서자 주무부처인 방송위원회가 ‘월권’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는 방송 통신 융합에 따른 법제 정비를 앞두고 양측의 주도권 다툼과도 맞물려 있다는 시각이다.
정통부는 최근 ‘방송법 개정 방향’이라는 문건을 작성하고 “지상파 TV위주로 구성된 기존의 방송법은 방송·통신 융합형 멀티미디어 서비스의 수용이 어렵다”며 △방송 및 방송사업 개념 재정립 △위성이용 사업자의 허가절차 일원화 △소유 및 진입규제 완화 △최소 운용채널수 제한 폐지 등을 골자로 한 방송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정통부는 이달 중 이에 대한 의견수렴을 거쳐 다음달까지 방송위에 통보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언론계 안팎에서는 위성DAB(디지털 오디오 방송)의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는 방송법 조항을 개정하려는 것으로 현재 일본 MBC와 함께 위성DAB 사업을 추진중인 SKT에 대한 특혜성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현행 방송법상 외국 위성을 이용한 위성사업자의 경우 방송위가 가지고 있는 허가권을 정통부로 이관하도록 한 것이나, 위성방송사업자의 최소 운용 채널수를 40여개로 규정한 조항을 위성DAB 사업자에게 진입장벽이 된다며 폐지하기로 한 것은 특정사업자에게 특혜를 주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정통부가 위성 DAB용으로 SKT에 부여한 25MHz의 주파수 대역으로는 30여 개 이상의 채널을 운용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방송위 노조는 지난 12일 성명을 내고 “정통부의 월권적 방송법 개정 추진은 국민보다는 재벌의 이익을 위한 것이며, 합리적인 제도정비보다는 방송장악을 통한 자기 부처의 존립만을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그동안 방송·통신 규제기구 통합과 관련 소극적 입장을 보이던 정통부가 최근 들어 목소리를 높이면서 방송위와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상철 정통부 장관은 지난 12일 롯데호텔에서 열린 ‘21세기 경영인클럽 조찬강연회’에서 방송·통신 관련 정책 결정권을 정통부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제시해 논란을 빚었다. 이 장관은 이날 강연회에서 “방송·통신 융합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정책수립 및 사전규제 기능을 정통부로 일원화하고 사후규제 및 시장 감시기능은 기존 방송위원회와 통신위원회를 통합한 ‘통신방송위원회’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통신과 방송의 내용 규제는 민간기구인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맡겨야 한다”고 밝혔다.
방송위 역시 아직 구체적인 안을 발표하지는 않았으나 지난 6월부터 ‘방송·통신법제위원회’를 구성, 방송·통신 융합을 위한 제도개선 및 통합규제기구에 대한 연구 작업을 하고 있다. 방송위는 오는 12월 연구보고서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박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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