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SBS 사장이 연임을 확정 짓고 본부장 인선으로 또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
앞서 SBS 차기 사장 후보자로 지명됐던 박정훈 현 사장은 지난 18~20일 치러진 임명동의 투표에서 구성원의 84.7% 참여로 임명동의를 받았다. SBS 사장 임명동의제는 재적인원의 60% 이상 반대시 후보자 임명 철회를 규정하고 있다.
노사합의에 따라 구체적인 찬반 비율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노조가 낸 입장문을 보면 반대표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전국언론노조 SBS본부는 임명동의 투표 종료 다음날인 지난 21일 “(박 사장을 재지명한) 윤석민 회장과 박정훈 사장은 이번 임명동의 절차에서 나타난 표심의 의미를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현행 임명동의제도의 한계로 간신히 임기를 연장한 박정훈 사장 체제는 구성원의 절대적 의사를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하고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 윤 회장이 취임한 이후 소유·경영분리원칙 훼손 논란 등으로 노사가 대립해온 상황에서, 노조는 보도·시사교양·편성 각 부문 최고책임자 인선을 ‘박정훈 연임 체제’ 리더십의 첫 관문으로 내다봤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혁신과 신뢰를 담보할 인사 대신 측근들의 논공행상과 윤석민 체제 회귀에 나설 퇴행적 인사를 내세운다면 현재의 위태로운 리더십은 다음 임기를 시작도 하기 전에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튿날 박 사장은 임명동의 투표를 거쳐야 하는 편성, 시사교양, 보도 부문 최고책임자 후보자를 발표했다. 편성실장 후보자에 박기홍 디지털사업국장, 시사교양본부장에 민인식 전 시사교양국장, 보도본부장에 정승민 전략기획실장이 임명됐다.
이들 가운데 정승민 후보자는 2017년 5월 보도국장 재직 시절 ‘세월호 인양 지연 의혹’ 오보로 6개월 감봉 징계를 받은 인물이다. 그해 5월2일 SBS ‘8뉴스’는 <차기 정권과 거래? 인양 지연 의혹 조사> 기사에서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인양을 고의로 지연하고 유력 대선 후보와 거래를 시도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는데, SBS 자체 조사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SBS는 ‘해당 보도가 회사 이미지와 뉴스 신뢰도를 훼손했다’고 판단하고 관계자들에게 중징계를 내렸다.
정 후보자는 2014년 정치부 기자들이 확보한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식민지배는 하나님 뜻" 발언 영상' 보도 불방 당시 정치부장이었다. 이번 보도본부장 인선을 두고 안팎에서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편 세 부문 최고책임자에 대한 임명동의 투표는 오는 27일까지 진행된다. 보도본부장 후보자는 보도 부문 재적인원의 50% 이상, 편성실장·시사교양본부장 후보자는 부문별 재적인원의 60% 이상이 반대할 경우 임명이 철회된다.
김달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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