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1면 통편집, '또 다른 김용균'을 말하다
경향 21일자 1면 산재 사망자 1200명 이름으로 채워 눈길
'산업재해 아카이브' 인터랙티브로 구현
▲경향신문 21일자 1면은 지난해 1월1일부터 2019년 9월 말까지 고용노동부에 보고된 중대재해 중 주요 5대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 1200명의 이름으로 채워졌다.
경향신문 21일자 1면은 '오늘도 3명이 퇴근하지 못했다'는 문구와 함께 뒤집혀진 안전모, 사망 원인이 붙은 1200명의 이름만으로 채워졌다. 이들은 지난해 1월1일부터 2019년 9월 말까지 고용노동부에 보고된 중대재해 중 주요 5대 사고로 숨진 노동자들이다. 경향신문은 틀을 깨는 1면 편집으로 파편화되고 기억되지 못하는, 또 다른 '김용균'들을 추모하는 동시에 신문 지면이 지닌 힘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이날 경향신문은 2~3면에 걸쳐 산업재해로 사망한 이들이 죽음에 이르게 된 과정을 구체적으로 되짚었다. 고용노동부에 보고된 2016년~올해 9월 말 중대재해 발생 현황을 정보공개청구로 입수하고,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지난해~올해 9월 말 발생한 사고성 사망 재해에 대해 산업안전보건공단이 작성한 조사 의견서 전량(총 1305건에 1355명)을 확보해 전수 분석한 결과다.
경향신문은 "2016년부터 올해 9월 말까지 3년9개월간 하루 평균 2.47명의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사고로 사망했다"며 "이러한 사고들의 원인을 개인의 부주의나 안전불감증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산업재해 사망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그러나 통계는 추상적이다. 왜 노동자가 일하다가 죽었는지 잘 알려지지도 않을뿐더러, 보도되더라도 금세 잊혀진다"며 "매일 ‘김용균’이 있었고, 내일도 ‘김용균’이 있을 것이지만 한국 사회는 노동자의 죽음에 무감각해졌다"고 진단했다.
▲경향신문이 고용노동부 중대재해 발생 현황 목록을 활용해 구현한 '산업재해 아카이브' 인터랙티브 콘텐츠.
경향신문은 이들의 죽음을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도록 중대재해 보고를 '산업재해 아카이브'로 재구성해 인터랙티브 콘텐츠(
▶바로가기)로 구현했다. 사고 유형, 연령대, 사고형태별로 분류해서 볼 수 있고 각 재해자의 상세 재해 정보까지 확인할 수 있다.
이를 기획·보도한 황경상 경향신문 기자는 "지면 기사를 디지털로 확장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인터랙티브를 활용한 산업재해 아카이브 구축이 목적이었다"며 "결과적으로 지면에도 기사를 싣게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황 기자를 비롯해 기획에 참여한 기자들은 모두 디지털부서인 뉴콘텐츠팀, 모바일팀 소속이다.
황 기자는 "현재 모바일팀인 김지환 기자가 노동부, 청와대 등을 출입한 경험을 살려 관련 자료를 확보했고 함께 현장취재도하며 콘텐츠를 만들었다"면서 "1면 편집 아이디어는 편집국 차원의 논의 과정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오창민 경향신문 디지털뉴스편집장은 "기자들이 자료 입수부터 취재, 데이터 정리와 입력, 인터랙티브 구현까지 고생해서 만든 작품을 지면에는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이 있었다"며 "안타까운 죽음들, 노동자들의 목숨을 가벼이 여기는 기업문화, 비정한 자본주의를 다룬 기사이기 때문에 장식은 최대한 빼고 드라이하게 가자는 데 의견이 모여 1면을 산재 사망자들의 이름으로 채웠다"고 말했다.
김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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