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정·특정인 입장 판결 부당하다"

시민단체, 언론관련 사건 법원 판결 반발

법원이 최근 ‘안티조선’ 및 ‘이승복 사건’ 등 언론관련 판결에서 잇따라 시민단체에 대한 패소판결을 내리자 언론·시민단체들이 편향된 판결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언론보도 소송관련 피고인에게 실형까지 선고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서울지법은 지난 3일 ‘이승복 사건’ 판결에서 “조선일보에 게재된 현장 사진으로 보아 조선일보 기자가 현장취재를 했다고 추정됨에도 불구하고”라며 ‘추정’을 판단의 근거로 삼아 김주언 전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과 김종배 전 미디어오늘 편집장에 대해 실형을 선고했다.

또 지난달 30일에는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4개 시민단체가 “정권과 짜고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지지하는 시위를 벌인 것처럼 보도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조선일보와 한나라당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세무조사가 언론 탄압이라고 보는 입장에서는 검찰과 시민단체들이 공조하고 있다는 의심을 가질 여지가 있다”는 것이 판결 이유였다.

법원은 이에 앞서 지난달 16일에도 시민단체를 ‘정권의 홍위병’ 등으로 묘사한 작가 이문열씨의 언론 기고문과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명예훼손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린바 있다.

이에 대해 언론계 안팎에서는 ‘판단’의 근거에 의문을 제기하는 한편 시민단체의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포토저널리즘학회의 정밀감정 결과 조선일보가 제시한 사진 속 인물이 조선일보 취재기자가 아니라는 결론이 나고 관련자의 증언이 엇갈리는 등 진실이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추정’을 근거로 시민단체에 실형을 선고한 것은 지나쳤다는 것이다. 또 ‘세무조사가 언론 탄압이라고 보는 입장’에서는 ‘검찰과 시민단체들이 공조하고 있다는 의심을 가질 여지가 있다’며 ‘진실’이 아닌 ‘특정인의 입장’에 서서 판결을 내린 것도 문제가 있다는 반응이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은 지난 3일 성명을 내고 “관련자들의 증언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조선일보의 주장에만 무게를 실어 판결을 내린 것은 판결의 공정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며 “최근 사법부가 내린 언론과 관련한 일련의 소송결과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언론개혁시민연대도 같은 날 성명에서 “<미디어오늘>과 <말>에 실린 김종배 기자의 ‘조선일보 이승복 관련보도’는 기자가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었고 재판 과정에서 이러한 근거들이 제시되었지만 재판부가 그 근거들을 충분히 고려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언론보도에 대한 명예훼손 판결은 그 어떤 재판보다 공정하고 신중한 과정을 거쳐 내려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법원이 시민단체를 ‘홍위병’이라고 매도한 조선일보 보도와 이문열씨의 기고문에 대해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며,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며 “위법성이 없다”는 판결을 내린 것과 비교해보더라도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미영 기자 [email protected] 박미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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