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태 당시 태블릿 PC 보도 등으로 높은 신뢰를 받았던 JTBC가 최근 ‘조국 국면’을 거치며 달라진 여론을 체감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서초동 검찰개혁 촛불집회를 생중계하던 JTBC 뉴스룸 방송화면에 ‘돌아오라 손석희’ 팻말이 등장한 사건은, JTBC의 위상 변화를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JTBC를 향한 비판 여론은 지난달 9일 리포트 <‘조국 부인’ 정경심, 페이스북 글…의혹들 적극 해명>에서 본격화됐다. 앵커멘트에서 “피의자 신분인 법무부 장관의 부인이 직접 여론전에 뛰어드는 것은, 이것이 적절하느냐 하는 지적도 물론 나오고는 있다”는 표현을 두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편파보도 논란이 불거지면서다.
이 같은 평가는 실제 여론조사 결과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갤럽이 지난 24일 발표한 <한국인이 즐겨보는 뉴스 채널> 보고서를 보면 조 전 장관의 취임과 사퇴, 이를 둘러싸고 서초동과 광화문에서 집회가 열렸던 9~10월 JTBC의 뉴스 채널 선호도는 전월 대비 9%p 떨어진 16%에 그쳤다.
같은 조사에서 JTBC 선호도는 태블릿 PC를 특종 보도했던 2016년 4분기 35%에 이어 2017년 1분기 44%로 정점을 찍은 이후 하락세를 보인다. 지난해 1분기까지 30%대를 유지하다 2분기에 20%대에 접어든 뒤, 이달 들어 최근 3년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한 것이다. JTBC가 조국 국면에서 차별화한 보도를 내놓지 못했고 주요 시청층의 기대 역시 충족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비판 여론과 긍정 지표 하락 여파로 JTBC 보도국은 3년 전에 비해 가라앉은 분위기다. JTBC의 A 기자는 “우리 뉴스의 신뢰도나 인기가 최고치를 찍었을 땐 이럴 때일수록 조심하자, 겸손하자면서도 기분 좋았던 게 사실이다. 그땐 다들 ‘으쌰으쌰’하는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보도국 전체에 무기력하고 불안해하는 기운이 있다”며 “오랜 시간 탄탄하게 다져진 조직이라면 이정도 기복은 작은 풍파일 텐데, 10년도 안 된 조직에 대한 평판이 너무 큰 폭으로 오르락내리락 하다 보니 더 버겁고 위태롭게 느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JTBC의 B 기자는 “침체된 분위기는 내부 보도 문제가 아니라 외부에 그 원인이 있다고 본다”면서 “개인적으로 오히려 우리는 (조국 국면에서) 소극적으로 보도했다고 생각하는데 과잉 보도한다는 비판을 받으니 당황스러웠다. 오보를 냈거나 보도에 대해 잘못된 판단을 한 상황도 아니기 때문에 하던 대로 열심히 하자는 말들이 오간다”고 전했다.
JTBC의 또 다른 기자도 “‘입맛에 맞지 않는 보도를 한다’며 맹목적으로 비난하는 목소리가 늘어나면 3년 전 보도했던 것들의 가치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당시 박수받았던 보도와 같은 노력, 기준으로 (조국 국면에서도) 보도한 것”이라며 “내부 구성원 대부분은 ‘우리가 계속 1등할거야’라고 생각하지 않을 거다. 좋은 보도를 보여준 언론사가 각광받는 일은 파도치듯 왔다 갔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석희 JTBC 사장은 안팎에서 달라진 인식을 의식한 듯 태블릿 PC 보도 3주년인 지난 24일 메시지를 보내 기자들을 다독였다. 또한 JTBC 보도가 지향하는 가치를 언급하며 특정 세력이나 집단, 개인과 결탁했다는 일부 주장에 선을 그었다. 손 사장은 “우리 채널을 향한 일부의 격한 비난도 그(한국 사회) 역동성의 일부일 것이다. 다른 보수 성향 언론사들처럼 특별히 나선 것도 없이 그 많은 비난을 당해내야 하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도 있을 것”이라며 “우리를 격하게 비난하는 사람들이 3년 전 광장에 있던 사람들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그 격한 비난도 결국은 우리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손 사장은 “우리가 배워온 저널리즘은 사실과 균형, 불편부당, 그것을 지킬 용기 같은 것들이었다. 그런 저널리즘의 원칙들은 소위 보수 정부나 진보 정부에서도 같은 것들이라고 믿어왔다”며 “그랬기 때문에 세월호 참사 때도, 태블릿 PC를 보도할 때도, 또한 이 정부에 속했거나 우호적인 인사들이 대다수 연루됐던 미투 보도를 이어갈 때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변했더라도 3년 전, 권위주의적 정권을 향해 결기 있게 스모킹 건을 내밀었던 우리의 역사는 훼손될 수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달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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