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의원 봐주기?

동정보도 시시콜콜, 후보검증 차일피일

사실상 대선 후보로 공식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정몽준 의원에 대해 언론이 시시콜콜한 동정까지 보도하는 등 대선 후보로서의 ‘대접’을 하면서도 ‘검증’은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8월 10일부터 9월 9일까지 한달 간 10개 중앙일간지 ‘정몽준’ 관련 기사를 ‘카인즈’로 검색한 결과 모두 902건으로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노무현’ 관련 기사 897건보다 오히려 약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회창’ 관련 기사는 1560건이었다.

‘정몽준’ 관련 기사는 대부분 ‘여론조사 대선 D-100/정몽준 20∼40대서 30%대로 1위’(동아), ‘정몽준 출마선언 연기’(대한매일), ‘정몽준 신당 안개속’(세계), ‘정몽준 내달 중부권 의원 규합 모색’(중앙) 등 대부분 정 의원의 대선 출마 선언 시기와 신당 창당 움직임, 여론조사 지지율 변동 등 유력한 대선 후보로서의 행보와 관련된 내용들이었다.

이외에도 정 의원이 생수를 들고 강원도 수해현장을 찾아간 것이나(중앙), 정국 구상을 위해 지리산에 오르고(세계), 전주지역 조기축구회와 축구시합을 한 내용(경향) 등 정 의원의 시시콜콜한 동정까지 상세하게 보도됐다. 이는 언론이 정 의원의 행보 하나 하나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이며, 명실공히 유력한 대선 후보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언론은 이같이 정 의원을 대선 후보로 대우하면서도 공식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선 후보로서의 검증 작업은 미루고 있다.

실제 정 의원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 보도는 그 동안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대한매일이 지난달 26일 ‘2002 대선 대해부/정풍 허실과 신당’에서 “정풍은 정치권 반감에 대한 반사이익”이라고 분석기사를 내 보낸 것이나, 경향신문이 지난달 13일 ‘제3후보 거론 3인 분석’에서 박근혜 미래연합 대표와 이한동 전 총리 등과 함께 정 의원에 대한 분석기사를 내 보낸 것 등이 눈에 띄었을 뿐이다. 정 의원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도 ‘정몽준씨 정체성 밝혀라’(대한매일 사설), ‘모호성으로 정치하려나’(한국 사설) 등 민주당 신당 참여 여부에 대한 정 의원의 오락가락한 행보를 지적한 내용이 전부이고 대부분은 동정이나 호의적인 보도가 주를 이뤘다. 정 의원이 아직 공식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중앙일간지 한 정치부 기자는 “내부적으로는 이미 정 의원에 대한 검증작업에 들어가 있다. 대부분의 언론들이 준비는 하고 있을 것”이라며 “공식출마 선언을 하면 본격적인 검증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언론은 정 의원의 출마선언 연기에 대해 “추석을 며칠 앞두고 출마를 선언함으로써 언론의 검증단계를 최소화하고 연휴 때 화제의 중심에서 스포트라이트만 받겠다는 속셈”(대한매일), “출마 선언을 한 뒤 그에게 쏟아질 한나라당·민주당·언론 등의 험난한 후보 검증을 돌파할 준비가 아직 덜 됐기 때문”(중앙)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정 의원이 대선 출마선언을 늦추는 이유를 “여론 검증절차를 늦추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라고 분석하면서도 스스로 그 ‘전략’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박미영 기자 [email protected] 박미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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