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주장] 한국 기자들이 나서라
'장 회장사건'최대 피해자.. 침묵깨고 의견모아야..
'한국일보 회장' 장재국. 그의 이름 석자에 세간의 이목이 쏠려 있다. 해외원정도박 의혹 때문이다.
말지가 8월호에서 장 회장의 라스베이거스 불법도박 의혹을 보도하자 장 회장측은 터무니없는 얘기라며 말지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말지는 무고 혐의로 맞고소했다. 한편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이 장 회장을 외환관리법 위반혐의로 고발하자 서울지검은 이를 외사부에 배당하고 수사에 들어갔다.
이미 2년 전에 마무리 된 사건을 새삼 거론하는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당시 이름이 밝혀진 사람들 중의 일부는 힘없는 자들만 처벌당했다고 탄원서를 돌리기도 했다. 뒤처리가 매끄럽지 못했다는 얘기다. 그때 법망을 피했던 사람들이 과연 누구였는가를 놓고 온갖 억측이 분분했다. 의혹의 인물 중의 한 사람인 '장 존'이 장 회장이냐 아니냐가 이번 사건의 핵심이다.
장 회장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가 중앙언론사의 사주이기 때문이다. 부정부패를 다루는 펜 끝은 사정당국의 칼날보다 날카롭다. 그런데 독자들에게 그런 지면을 제공하는 언론사주가 한두 푼도 아닌 186만 달러를, 그것도 빚을 내 미국 카지노에서 날린 데다 그걸 갚으려고 환치기라는 불법까지 저지른 의혹을 사고 있다면 의혹 자체로서 이미 불행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장 회장은 벌써 엄청난 타격을 입고 있다.
하지만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한국일보이고, 한국일보 기자들이다. 오랜 자금난에서 채 빠져나오지도 못한 한국일보는 논란 과정에서 계산하기 어려운 막대한 이미지 손실을 당했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일보 역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위기다.
사태가 이러한데도 한국일보 기자들은 입을 다물고 있다. 언론노련의 비난 성명에 대한 노조 분회장 명의의 반박이 있었지만, 이것이 한국일보 기자들의 총의를 모은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왜 기자 총회라도 열어 진실을 추구하고 또한 무엇이 진정으로 한국일보를 위한 길인지 논의하지 못 하는가. 검찰의 수사를 기다리는가. 그 전에 기자들이 할 일은 정말 없는가.
언론들의 어정쩡한 태도도 보기 민망하다. 사회적 파장이 만만찮은 사안이고 검찰이 수사에 들어간 사건임에도 조심조심 하고 있다. 이례적이다. 여느 비슷한 무게의 사건이라면 불꽃튀는 보도경쟁을 하였을 것이다. 단순한 동업자 봐주기인가, 아니면 남의 일 같지 않아서인가.
언론계가자신들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해서 공은 일단 검찰로 넘어갔다. 우리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흐지부지 넘어간 97년의 일을 기억하고 있다. 당시 검찰의 고충이 무엇이었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집권당의 광역단체장까지 잡아 가두는 마당이다. 명백한 기록이 남아 있고 수사 담당자들이 아직 멀쩡하기에 맘먹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사건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다고 본다. 로라 최는 '거물들'이란 표현을 써 도박을 즐긴 경영주가 또 있음을 밝히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그간 제기된 모든 의혹을 남김없이 밝힐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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