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조국 보도 성명' 후 쇄신안… 10년차 이하 레드팀 직제화
편집국장 "나부터 타성 벗겠다"... 누구나 편집회의 참석 발언 가능
인사 검증취재팀 구성 원칙 수립... 쇄신안 통과는 됐지만 여전히 논의 계속
조국 법무부 장관 인사검증 과정에서 자사 보도행태에 대해 비판 목소리가 나왔던 한겨레에서 내부 의견을 수렴한 쇄신안이 나왔다. 지난 6일 주니어 기자들이 ‘조국 보도’ 등 최근 한겨레 논조에 문제를 제기하며 성명을 낸 이후 박용현 편집국장이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한 결과다.
박 국장은 지난 23일 편집국 기자들에게 메일을 보내 “젊은 구성원들의 성명을 통한 문제제기 이후 국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제가 풀어야 할 과제를 붙들고 성찰과 고민을 거듭했다”며 “저부터 타성을 벗고 혁신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쇄신안을 내놓는다”고 밝혔다. 이어 “소통 구조는 강화하고 의사결정과 지휘 체계는 간명하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권력 감시에 관한 원칙을 한층 구체화하는 방안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박 국장은 지난 16~18일 내부 회의와 간담회를 열어 구성원에게 쇄신안 초안에 관해 설명했다. 이후 기수별로 피드백을 받아 의견을 수렴했다. 이를 종합해 박 국장이 내놓은 ‘편집국 쇄신을 위한 방안’은 크게 소통과 참여 개선, 조직 개편 및 인사, 권력 감시의 원칙 재정립 등으로 나뉘어 있다.
‘소통과 참여 개선’ 부분에선 △누구나 편집회의에 참석·발언 가능 △편집회의 내용 공유 및 피드백 반영 △취재·보도 관련 편집국 5인 이상 요청시 확대 편집회의 개최 △편집국 10년차 이하 구성원으로 꾸려진 레드팀 공식 직제로 편제 △레드팀 상근직 신설 △매주 1차례 청년편집회의 개최 △세대간 토론 정례화 △멘토링 등이 포함됐다.
조직 개편을 통해 지휘 체계를 기존 ‘국장-부문장-에디터-팀’에서 ‘국장(단)-팀’으로 단축하고, 편집회의 참석자 가운데 여성 비율을 높이는 등 구성원의 다양화도 약속했다.
권력 감시 원칙 재정립을 위해선 △인사검증 사안 발생 시 검증취재팀 구성을 원칙으로 함 △보도 편향 관련 문제제기 접수 제도 시행 △보도개선 TF 가동 등을 제시했다.
박 국장이 마련한 쇄신안은 지난 24일 임원회의에서 통과됐지만, 이를 두고 편집국 내부에선 여전히 논의가 진행 중이다. 한겨레 주니어 A 기자는 “국장이 안을 내긴 했지만 저희가 이걸 받을지 말지, 조금 더 보완해 역제안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며 “조만간 의견을 모아 결론을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B 기자 역시 “아직 쇄신안에 언급된 몇몇 제도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는 상황”이라면서 “성명을 낸 이후 내부에서 꽤 열띤 토론이 이뤄지고 있다는 데 희망을 걸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또 다른 기자는 쇄신안 자체에 아쉬움을 내비쳤다. C 기자는 “이번 사안은 사실상 정부와의 관계, 한겨레의 정체성에서 불거진 문제인데 쇄신안에는 근본적인 해소 방안에 대한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며 “여러 안이 담겼지만, 실질적으로 편집국을 바꾸는 데 효과가 있을지 확신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성명에 이름을 올렸던 D 기자는 “진정한 소통이 가능해지려면 평기자들의 의견이 실제 편집회의에 반영돼야 한다. 인사검증을 비롯한 집중 취재 TF를 만들 때도 명확한 기준 등을 세워야 한다”며 “성명 발표 당시 국장을 비롯한 국장단의 사퇴를 요구했는데, 소통을 위한 기구와 제도를 만드는 선에서 이러한 요구를 무마하려는 생각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달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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