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자료가 보여주는 것들

[언론 다시보기] 이진송 계간홀로 편집장

이진송 계간홀로 편집장.

▲이진송 계간홀로 편집장.

기사에는 시각 자료가 들어간다. 대부분 사진이거나 그림이다. 기자가 직접 찍거나 그리지 않더라도 기사의 내용을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시선을 끄는 이미지는 엄연히 기사의 일부이다. 이미지를 고른 사람의 의도나 보도에 관한 태도가 반영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성범죄 보도에서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이미지 사용은 꾸준히 비판 받았다. 그럼에도 가해 장면을 재현하는 삽화나, 피해자를 대상화하는 사진은 넘쳐난다. 이런 이미지를 내세운 기사에서 독자는 무엇을 느낄까?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 ‘몹쓸짓’을 한 범죄자에게 들끓는 공분? 한 눈에 성범죄 보도라는 것을 알아채는 분류의 쾌적함?


성추행 기사에 첨부된 교복 입은 청소년의 엉덩이에 손이 얹힌 사진, 불법 촬영 기사에서 벗은 여성의 몸을 굳이 묘사한 일러스트는 기사가 무엇을 부각하고 싶은지 드러낸다. 그런 욕망은 대개 언론의 사명이나 본질과는 무관하다. 살인이나 폭행 같은 사건에 삽화를 싣고, ‘살인 일러스트’나 ‘폭행 일러스트’라는 설명을 단 경우도 있다. 실제 피해자가 있는 범죄는 흥밋거리로 축소되고, 피해자는 억지로 피해를 ‘재현’ 당한다.


어떤 사진을 싣느냐 만큼이나 무엇을 실을지 말지의 결정이 중요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26일 배스킨라빈스의 어린이 성적 대상화 광고를 송출한 CJ ENM 7개 채널에 법정제재인 ‘경고’를 내렸다. 성적 메타포 사용과 연출로 논란을 일으킨 이 광고는 송출 직후부터 징계 확정 때까지 무수한 기사를 양산했다. 그때마다 광고의 문제적 장면 중 하나인 어린이 모델의 입술 클로즈업 사진이 반복해서 게재되었다. 심지어 중징계를 예고하는 기사에조차 중징계의 원인인 이미지가 아무런 경각심 없이 실렸다. 일찍 송출이 중단된 광고보다, 기사가 광고의 의도를 더 많이 충족한 셈이다. 논쟁적 장면을 기사에 넣는 것은 편리할지언정 윤리적인 선택은 아니다. 이해를 돕는 적절한 시각 자료 역시 아니다. 아동의 입술 클로즈업이 문제라는 사실을 이미지로 확인할 필요, 없다. 해당 광고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전문가의 코멘트를 이미지로 만들었다면 같은 기사라도 전혀 다른 방향을 향했을 것이다. 이런 식의 무분별한 이미지 게재는 자칫 보도의 꺼풀을 쓴 유포나 확산이 될 수 있다.


뉴스에서 의혹을 보도할 때 사용하는 시청각 자료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모자이크 처리를 해도 원본을 찾아내는 것쯤은 광활한 인터넷 세상에서 일도 아니다. 해당 영상이나 인물이 보도와 무관하다면 그러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엉뚱한 인물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을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시각 자료는 기사나 보도 안에서 새로이 맥락을 생산한다. 그렇게 재배치된 이미지나 영상은 더 많은 것을 보여준다. 시각 자료 선정과 활용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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