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무서웠고 이를 알리고 싶었다. 그런데 예측 경로를 전달하는 내용 외에 현재 제주도의 상황을 담은 기사가 없었다. 기사 작성이 뜸한 일요일 오전임을 감안해도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 이에 대한 기사가 없다는 것이 놀라웠다. 제주 지역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었지만, 당시 제휴 언론사들의 기사 중에는 상황을 제대로 담은 것이 없었다.
더욱 놀란 것은 태풍이 지나간 이후다. 태풍은 순식간에 지나갔지만, 그 결과는 처참했다. 당시 기상청이 태풍 나리가 소형이지만 강도 ‘강’이라고 발표하며 주의를 당부했지만, 태풍의 예상위치를 제대로 예측지 못했기 때문이다(2007년 9월18일 제민일보 기사). 하지만, 이 처참함에 대해서 중앙 언론은 그리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그보다 두 해 전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 당시의 보도와 비교하면 너무 서운할 정도였다. 언론학에서 말하는 지역성의 개념과 지역 언론의 중요성을 깨달은 계기였다.
10년도 더 된 이 잊지 못할 기억을 떠올린 이유는 최근 포털 입점과 관련한 지역 언론의 문제제기 때문이다. 현재 지역 언론이 제기하는 문제들에 대해 충분히 공감한다. 구체적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그 해결을 위한 정책적, 실무적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논의되고 있는 방식들이 근본적인 해결책인가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다. 지역 언론 모두가 포털에 입점한다고 지역과 관련한 이러한 문제들이 사라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 특히 현재의 알고리즘 배열은 문제를 더 크게 보이게 할 가능성도 있다.
여기서 발상의 전환을 해본다. 모두가 같은 곳에서 같은 기사를 볼 필요가 없다. 뉴스 유통 구조의 중심이 포털이기 때문에 거기서 빠져나오기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들어가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보다 들어가지 않음으로 생기는 기회가 더 클 수도 있다. 포털에서 볼 수 없는 지역의 얘기는 굉장히 훌륭한 언론 상품이 될 수 있다. 정말 중요한 지역의 내용을 포털에서 볼 수 없다면 향할 수 있는 곳은 그 내용이 있는 곳뿐이다. 포털을 움직이기보다 이용자를 움직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모든 것이 다 있다는 포털에 없는, 귀중한 지역 언론을 직접 보라고 이용자에게 얘기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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